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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안줄이면 지원 없다"…수도권 대학 고통 분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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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학생 수 감소로 신입생 미달 사태가 벌어지는 가운데 교육부가 권역별로 학생 충원율이 낮은 대학 정원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달 사태가 심각한 지방대만 대학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수도권 대학 중에서도 정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0일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하며 권역별 유지충원율 기준에 따라 정원을 줄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지충원율은 지역 차이를 고려해 권역별로 정원 감축을 차등 권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일반 재정지원이 중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종철 차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교육부 제공

정종철 차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교육부 제공

교육부는 각 권역별로 30~50% 대학이 정원 감축 권고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마다 학생 유지충원율 기준을 정하고, 하위 30~50%에 속한 대학은 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교육부 "수도권도 정원 감축, 균형발전으로 봐야"

이렇게 되면 학생 충원에 큰 어려움이 없는 수도권 대학들도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수도권 일반대학 충원율은 평균 99.2%에 달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하위 30~50%는 감축 대상이 될 수 있다. 전국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대부분 미달 사태를 겪는 지방대가 정원 감축 대상이 되겠지만, 권역별로 기준을 달리해 수도권도 정원 감축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지방 부실 대학 문제를 수도권의 우수한 대학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종철 차관은 “이번 방안은 국가와 지역의 동반성장과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대학들은 학부보다는 대학원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며“수도권 대학에 과도하게 학생이 집중되는 현실은 수도권 대학 총장들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날 유지충원율 기준을 통한 정원 감축 방안 외에도 학부 정원을 줄이는 대신 대학원 정원을 늘려주는 방안 등도 함께 발표했다. 또 수도권 대학들이 정원 외 선발을 통해 실제 정원보다 많은 학생을 뽑는 문제에 대해서도 '정원내·외 총량'을 대상으로 적정 규모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 총장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 총장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서울 대학들은 안 줄일것…"인천·경기 대학만 고사"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서울 소재 대형 대학들이 정원을 줄이게 될지는 미지수다. '수도권'으로 묶어 하위 대학의 정원을 줄일 경우, 서울 대형 대학들은 감축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서울은 함께 묶인 경기·인천보다 사정이 좋으니 정원을 줄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면서 “정부가 서울 대학들 정원 줄이기를 바라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등록금 인상을 허용해주지 않는다면 나서서 정원을 줄일 인서울 대학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자조합 등 시민사회단체 구성원들이 11일 오후 대전시청 앞 보라매공원에서 '지방대학 위기 정부대책 및 고등교육정책 대전환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자조합 등 시민사회단체 구성원들이 11일 오후 대전시청 앞 보라매공원에서 '지방대학 위기 정부대책 및 고등교육정책 대전환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남의 한 대학 관계자도 “서울에 있는 거대한 대학의 규모를 줄여야 인재 블랙홀 현상을 막을 수 있는데, 수도권으로 묶어 규제하면 사실상 경기·인천 대학들만 고사시킬 것”이라며 “서울을 따로 떼어 평가해야 지방 대학들도 지역의 뛰어난 학생을 유치할 수 있다”고 했다.

기준에 미달한 권역 내 하위 30~50% 대학만 감축하는 건 서열화를 가속하고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대학 위기에 선별 감축 꺼낸 교육부’란 제목의 논평을 내고 "수도권까지 모든 대학을 일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교육부 대답은 선별 감축이다"면서 "대학 서열대로 감축이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문현경·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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