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머스크 vs ‘신봉자’ 잭 도시, 비트코인 결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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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억만장자 두 사람이 ‘비트코인 결투’를 시작했다. 결투의 링에 오른 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잭 도시 트위터 CEO다. 머스크는 비트코인 신봉자를 자처하며 가격 급등을 이끌다 돌연 ‘배신자’로 돌아섰다. 도시는 대표적인 비트코인 옹호론자다. 머스크에 열 받은 투자자는 테슬라 불매운동까지 나섰다.

머스크, 도지코인 노골적 띄우며 #비트코인은 “다 팔았다, 안 팔았다” #오락가락 발언, 가격 10% 급락 #“머스크는 사기꾼” 투자자들 분노 #도시 “비트코인 위해 일할 것” 앞장 #도지코인 창시자도 머스크 비판

머스크는 지난 13일 테슬라 차량 판매에서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16일에는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날 한 트위터 사용자는 “비트코인 보유자들은 다음 분기에 테슬라가 모든 비트코인을 팔아버린 걸 알면 자신을 때리게 될 것”이란 글을 올렸다. 머스크는 “정말”(Indeed)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알파벳 여섯자짜리 한 단어 외엔 아무런 배경 설명도 없었다. 미국 CNBC방송은 “테슬라가 나머지 비트코인 보유분을 팔았거나 팔 수도 있음을 머스크가 암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잭 도시

머스크의 트윗이 나온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했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7일 오후 4시(한국시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4만4515달러에 거래됐다. 24시간 전보다 10%가량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머스크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그는 16일(현지시간) 밤 자신의 트위터에 “명확히 얘기하겠다.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도시는 며칠 전부터 머스크를 공격하는 선봉에 섰다. 그는 지난 14일 “우리는 비트코인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영원히 일할 것”이라며 “어떤 한 사람이 암호화폐를 바꾸거나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를 겨냥한 발언이다. 비트코인 옹호론자와 투자자들은 “머스크는 사기꾼”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이들 중 일부는 트위터에 “테슬라를 사지 말자”는 뜻의 해시태그(#dontbuytesla)를 올리며 불만을 표시했다. 일부 소비자는 테슬라 차량의 구매 예약을 취소했다는 인증 글도 올렸다.

급락하는 비트코인 가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머스크는 비트코인의 결제를 중단하면서 환경 문제를 들었다. 비트코인 채굴에는 지나치게 많은 전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결국 발전용 석탄 등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 뉴욕타임스는 “(테슬라의) 결제 중단 발표 전에 비트코인을 다 팔았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머스크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에 등을 돌린 것뿐만 아니라 도지코인을 대놓고 띄우는 머스크의 행보도 투자자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 실적을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당시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팔아치운 사실을 공개했다. 테슬라가 보유하던 비트코인 중 10%를 팔아 1억1000만 달러의 차익을 얻었다.

한 네티즌이 “사기꾼 머스크를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만든 합성사진. [트위터 캡처]

머스크는 지난 15일 “이상적인 기준에서 도지코인의 거래 속도와 규모가 (비트코인보다) 열 배 낫다. 수수료도 100배 저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지코인이 비트코인 등을) 쉽게 이긴다”고 덧붙였다. 도지코인 개발자인 로스 니콜은 암호화폐 전문매체 디크립트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도지코인 개발자들과 협력 관계였다고 전했다. 머스크도 최근 “거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도지코인 개발자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 경제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도지코인 공동 개발자 중 한 명인 잭슨 팔머가 올린 뒤 삭제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윗 글이 돌았다”고 전했다. 해당 글에는 “머스크는 자신에게만 관심 있는 사기꾼이고 항상 그럴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팔머는 아직 트윗의 진위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