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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시작은 카메룬 침팬지였다

중앙일보

입력

전세계에서 막대한 인명피해를 내고 있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가 아프리카 카메룬 지역 침팬지에서 연유한 사실이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에이즈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25년 만이다.

미국 앨라배마주(州) 버밍햄 소재 앨라배마 대학의 비트라이스 한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아프리카 정글 원숭이들의 배설물 1천300개 이상을 추적, 조사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26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앞서 멸종위기에 빠진 야생 침팬지를 해치지 않고 침팬지가 갖고 있는 영장류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적 추적, 검사 방법을 개발하는 데만 7년을 투자했다.

한 박사는 "지금까지 아무도 (에이즈 바이러스를) 볼 수 없었고 (조사할) 방법도 없었다"면서 "우리는 에이즈가 발견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치료 방법이나 백신을 갖고 있지 않지만 최소한 에이즈 바이러스가 어디서 시작됐는 지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인간 이외 영장류가 원숭이면역결핍바이러스(SIV)로 불리는 고유의 에이즈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야생 침팬지에 감염됐으며 유전 및 지정학적으로 얼마나 다양한 지는 규명되지 않아 에이즈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된 경로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한 박사팀은 이에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침팬지의 배설물을 추적, 조사해 어떤 침팬지 집단은 전체의 35%가 감염됐으나 어떤 집단은 전혀 감염되지 않았으며, 감염된 모든 침팬지는 동일 조상을 두고 있음을 의미하는 동일한 유전적 패턴을 갖고 있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어 유전적 분석을 통해 카메룬 사나가 강 근처에 사는 침팬지들의 에이즈 바이러스 유형이 인간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1과 가장 긴밀히 연관돼 있음을 확인했다.

한 박사는 "(두 대조군 사이의) 유전적 유사성은 놀라운 정도"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카메룬 주민 중 누군가가 과거 침팬지를 잡는 과정에서 부상하며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다시 다른 사람들에 옮겨 에이즈가 전세계로 번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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