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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특위 파행시킨 文발언 "野 반대가 검증실패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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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저는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논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한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한 말이다. 국민의힘이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 후보자의 지명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노 후보자에 대해선 “국토부 내부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외부에서 그 정도 능력을 갖춘 분이 과연 누가 있을까”라고 했고, 박 후보자는 “한진해운 파산 이전의 해운 강국 위상을 되찾는 점에서 최고의 능력가”라고 소개했다. 임 후보자의 임명 이유로는 “여성 진출이 가장 적은 분야가 과학기술 분야다. 성공한 롤 모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능하면 모두 임명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의 검증이 완전할 수는 없다. 그럴만한 기능과 인력을 청와대가 갖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검증에 이은 언론의 검증, 국회의 인사청문회 검증 작업, 그 모두가 검증의 한 과정을 이루는 것”이라며 “국회의 논의까지 지켜보고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권자로서 자신의 입장은 피력하되, 장관 후보자 거취 문제를 국회로 넘긴 것이다.

與 내부 “직무수행 적합” vs “국민 눈높이 중요” 격돌

박·임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연설 직후 바쁘게 움직였다. 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참가했던 여당 농해수위·과기정통위 위원들은 차례로 간담회를 열고 제기된 의혹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이날 오후 3시엔 민주당 의원총회도 열렸다. 그간 코로나19를 이유로 화상 회의로 진행됐던 민주당 의원총회가 오프라인에서 열린 건 8개월 만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각 상임위 간사들은 “장관 후보자 직무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부인이 영국 도자기를 들여와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박 후보자에 대해선 “재산도 2억원에 불과하다. 결격사유는 아니다”(서삼석 농해수위 간사)라는 보고가 있었다. 임 후보자의 경우, 조승래 과기정통위 간사가 PPT를 띄워가며 제기된 의혹과 후보자 측 해명을 일일이 설명했다.

하지만 반론도 없지 않았다. 자유토론에 나선 의원 가운데 2~3명이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국민이 문제 삼는 건 그게 아니다”라며 “3명 전부를 임명하는 건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우리 당이 변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 위험하다”며 일부 후보자 낙마를 주장한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누굴 특정해서 낙마 대상으로 거론하진 않았다”며 “다만 대통령이 과학 분야의 여성 진출을 특별히 강조한 만큼, 임 후보자보다 박 후보자의 거취가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회의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 후보자에 대해 “기대에 못 미치는 건 틀림 없고, 아니라는 민심이 지배적”이라며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야당과도 장관 후보자 문제를 놓고 여러 얘기를 하고 있다”며“의원총회에서 나온 의견은 정리해 청와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또 청와대의 시간이 오지 않겠냐. 대통령께서 다 종합해 어떠한 결론을 내실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놓고, 여야 충돌

여야의 대립 속에 10일 오후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전체회의가 서병수 위원장 등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개최됐다. 뉴스1

여야의 대립 속에 10일 오후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전체회의가 서병수 위원장 등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개최됐다. 뉴스1

한편 이날 여야는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문 대통령의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발언이 발단이었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말씀은 인사청문회 결과와 관계없이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것”이라며 “회의는 없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초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릴 예정이던 청문특위 회의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에 박찬대 간사를 비롯한 민주당 청문위원들도 맞불 기자회견을 열어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는 지체 없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민주당은 청문위원 4분의 1 동의로 회의를 강제 개최했으나, 강제로 의결을 시도하지 않고 35분 만에 정회했다. 국무총리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와 달리 국회 인준 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국회의장은 인사청문특위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표결을 강행할 수 있다.

오현석·김준영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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