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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검찰수장 지명에···그를 두번 퇴짜놓은 최재형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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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18년 1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감사원장 임명장 수여식 후 최재형(오른쪽) 감사원장과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8년 1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감사원장 임명장 수여식 후 최재형(오른쪽) 감사원장과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3일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야권의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최 원장이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이유로 지난해 김 후보자의 감사위원 임명을 반대했던 일이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오수 감사위원 임명 시도 때 #최 ‘정치적 중립성 훼손’ 거부 #야권, 반문투사 이미지에 호감 #초선·원로 모두 “놓치지 말아야”

문재인 대통령은 당초 김 후보자를 감사위원에 임명하려 했다. 그러나 ‘감사위원은 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감사원법 제5조 ①항이 문제였다. 문 대통령의 뜻은 김 후보자였지만 최 원장은 제청할 뜻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8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최 원장은 “감사위원에 정치적으로 중립성과 직무상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이 제청되고 임명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감사원의 정치적인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을 제청하라는 것은 헌법상 감사원장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공개적으로 그를 비토한 셈이었다.

결국 최 원장이 두 번이나 거부하자 청와대는 ‘김오수 감사위원 카드’를 접었고, 공석 9개월 만인 지난 1월 검찰 출신의 조은석 변호사가 감사위원에 임명됐다. 당시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청와대와 최 원장이 타협점을 찾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2019년 10월 21일 당시 김오수(왼쪽) 법무부 차관, 최재형 감사원장, 조재연(오른쪽) 법원행정처장이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0월 21일 당시 김오수(왼쪽) 법무부 차관, 최재형 감사원장, 조재연(오른쪽) 법원행정처장이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그런 최 원장을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일종의 ‘대선 예비 선수’로 거론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권 핵심부와 충돌하면서 정치적 몸집이 커졌듯이 최 원장도 ‘반(反)문재인 전선’에 서 있는 사람이란 이유다.

특히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맞물리며 ‘최재형 영입론’이 커지고 있다.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이도 있다. 당 대표에 도전하는 조경태 의원은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많은 국민들이 최 원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씀하신다”며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최 원장과 윤석열 전 총장 같은 사람들이 국민의힘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초선 그룹도 ‘초선 대표’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재형 원장 등을 민주당에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신원식 의원)는 이유를 대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계기로 공개 ‘러브콜’

야권의 원로 그룹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자기 분야에서 꾸준히 일해 온 사람 중에 대통령 자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 더러 있을 것”이라며 최 원장을 꼽았다. 그러면서 “최 원장은 판사 할 때도 평가가 좋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이 최 원장에 호감을 보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게 “원칙을 지키는 ‘반문 투사’ 이미지다. 이른바 ‘탈원전 정책 감사’로 불리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에 관한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여권이 십자포화를 퍼부었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 원장을 향해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 행세를 한다”고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감사원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전교조 소속 4명을 포함한 해직교사 5명을 부당하게 특별채용한 걸 지적한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또한 여권의 옹호를 받고 있는 방송인 김어준씨와 관련해 서울미디어재단 TBS를 감사하기 위한 사전 준비 절차도 밟고 있다.

‘반문 투사’ 이미지, 남다른 개인사 등 관심 끌어 

‘미담 제조기’로 불리는 최 원장의 남다른 개인사도 화제다. 최 원장은 네 명의 자녀 중 두 명을 입양했다. 과거 언론 인터뷰에선 “입양은 말 그대로 아이에게 사랑과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교 시절에는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등에 업고 다닌 일화도 있다.

병역 명문가 출신인 점도 거론된다. 최 원장의 부친은 6·25 때 대한해협해전에 참전한 예비역 해군 대령이고, 큰 아들도 해군 병사로 복무했다. 본인은 육군 법무관으로 병역을 마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 정당에서 병역 모범을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호감을 살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막상 최 원장 본인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 야권에서는 “최 원장이 최근 저녁 약속이 늘었다”거나 “최 원장 주변에서 ‘절대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식의 말이 돌고 있지만 말 그대로 풍문(風聞) 수준이다.

국회에서 그를 지켜본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감사원을 관할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우리 당으로 와준다면야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최 원장은 뼛속까지 판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판사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감사원장으로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시는 분”이라며 “대통령 후보보다는 국무총리나 대법원장에 더욱 어울리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1월 1일까지 임기…대선 출마하려면 중도 사퇴해야

2018년 1월 2일 취임한 최 원장의 임기(4년)는 내년 1월 1일까지다. 3·9 대선을 겨우 두 달여 앞둔 시점이다. 대선에 출마하려면 미리 직을 던져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선 그의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는 이가 많다.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던 감사원장이 정치를 하기 위해 임기를 채우지 않는 건 모순”(국민의힘 초선 의원)이란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전 총장과 달리 최 원장은 일반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진짜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조만간 정치권에 들어와서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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