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붕괴 사고는 人災…무리한 설계변경, 부실 시공·감리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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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 전경. 경기도

경기도청 전경. 경기도

지난 1월 발생한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 공사 현장 흙막이 시설 붕괴사고는 무리한 시설 변경과 부실한 현장 시공·감리로 인한 인재(人災)로 확인됐다. 경기도 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1월 13일 안산시 상록구 사동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현장 흙막이 시설 붕괴로 발생한 도로 지반침하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2일 밝혔다.

사고 당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흙막이 지지대가 붕괴하고 인근 도로 지반 200㎡(10mX20m)가 내려앉았다. 인근 도로 하수관과 전력선이 파손되면서 인근 오피스텔과 아파트 단지 등 7000세대에 정전이 발생했다.

무리한 설계변경과 부실한 현장 시공·감리가 원인 

토질·지질, 법률 등 외부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여러 곳에서 문제가 확인됐다. 먼저 설계변경 과정에서 토질과 지하수면의 높이 등에 대한 정확한 근거 없이 무리하게 변경·적용해 흙막이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 과정에서도 터널 주변 지반과 일체 하도록 도와주는 지보재를 적용하지 않은 채 과도하게 굴착했다. 흙막이 벽 공사에서 굴착 벽을 지지하는 말뚝인 엄지 말뚝도 적당히 깊게 묻지 않았다. 굴착 토사를 외부로 반출하기 위한 크레인 하중도 고려하지 않아 토압(흙이 접촉해 있는 구조물의 접촉면에 미치는 압력)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사가 진행됐다. 현장 감리 업무도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월 흙막이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을 찾은 윤화섭 안산시장. 안산시

지난 1월 흙막이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을 찾은 윤화섭 안산시장. 안산시

해당 업체 행정처분 및 재발방지대책 등 후속 조치 추진

경기도는 해당 업체에 대해 설계·시공·감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안산시와 협의해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조사 결과를 담은 최종보고서는 경기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31개 시군 등 관련 기관에 전파할 예정이다.

조사사고위원회는 재발 방지 방안도 제안했다. 구조안전심의 대상을 세분화하고 건축심의 단계에서 지반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면밀하고 효율적인 점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군 단위 건설공사 현장점검 전담 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중복 점검 최소화를 위한 업무 일원화 방안과 해당 시군에 지하안전지킴이 등 경기도 차원의 전문가를 지원하는 방안 등도 내놨다.
이성훈 경기도 건설국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경기도 지하사고조사위원회가 운영된 첫 사례"라며 "조사위원회가 제안한 방안을 현장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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