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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로에 누나 시신 버린 남동생···소름돋게 조작한 카톡 내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0대 누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 A씨가 29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강화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A씨는 누나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30대 누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 A씨가 29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강화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A씨는 누나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누나 어디야? 걱정된다 들어와라.'
'나는 남자친구랑 잘 있어. 찾으면 아예 집에 안 들어갈 거야.'

30대 누나를 살해한 뒤 강화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 A씨가 범행을 숨기기 위해 누나 B씨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누나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속여 부모의 가출 신고를 취소하게 했다.

30일 인천경찰청 수사전담반에 따르면 A씨의 어머니는 지난 2월 14일 B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가출 신고를 했다. 경찰은 신고에 따라 남매의 주거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거나 휴대전화의 위치를 추적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의 범행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누나 B씨의 카카오톡 계정에 직접 접속해 누나가 메시지를 보낸 것처럼 답장을 보낸다. 이렇게 조작한 메시지를 부모에게 보여줘 안심시키며 가출 신고를 취소하게 했다. 남매의 어머니는 지난 1일 "경찰이 (딸에게) 계속 연락하면 (딸이) 연락을 끊고 숨어버릴까 걱정이다"며 신고 취하 의사를 밝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누나의 휴대전화 유심(USIM)을 다른 기기에 끼워 누나 명의의 카카오톡 등 계정을 사용했다고 한다. 또 A씨가 누나 B씨의 계좌에서 일정 금액을 출금한 정황을 확인했고, 살인 범행과 연관성이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지난 21일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한 농수로에서 3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살해된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한 농수로에서 3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살해된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누나와 함께 살던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누나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고 강화군 석모도에 있는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2시 13분쯤 인근 주민이 B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와 금융거래 내역 등을 토대로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고, 29일 오후 4시 39분쯤 경북 안동 지인의 집에서 A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A씨는 "누나와 성격이 안 맞았고 평소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며 "(범행 당일도) 누나가 잔소리를 했고 실랑이를 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범행을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누나의 계정을 임의로 사용한 것을 확인하고 추가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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