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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세 인라이너 유영준씨

중앙일보

입력

74세의 인라이너(인라인 스케이트 애호가) 유영준(사진)씨. 그러나 뒷모습은 영락없는 20대다. 헬멧에 두건을 쓰고 레이스 복장까지 갖춘 그를 다른 인라이너 속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훤칠한 키(1m76㎝), 날씬한 몸매(61㎏), 꼿꼿한 등은 그의 '리얼 에이지'(건강 나이)를 더욱 낮춰준다.

유씨를 처음 본 사람들은 "평생 병 한번 걸려봤을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그는 16년 전에 당뇨병 진단을 받았고, 10년 전엔 심장병(협심증)으로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그는 건강을 위해 수영과 골프를 시작했다. 하지만 4년 전 신문에서 인라인 동호회에 관한 기사를 보고 그 매력에 끌렸다.

"주변에서 반대가 심했어요. 나이 든 사람에겐 '위험한' 운동이다, 또 동호회라고 해도 젊은 사람들뿐인데 잘 어울릴 수 있겠느냐며 말이 많았지요." 만류를 뿌리치고 그는 직접 인터넷에 접속해 월드컵 공원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는 아이리스 동호회에 가입했다.

"동호회에서 만난 자식 같은 젊은 친구들이 예의가 깍듯하더군요. 내가 가면 '어르신 오셨느냐'고 인사하고, 음료수도 권해요.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스스로 젊다고 느껴집니다."

젊을 때 유도(3단)를 한 그는 낙법을 이용해 잘 넘어지는 데는 자신이 있다. 그러나 이왕 즐기려면 제대로 타고 싶어 6개월간 인라인 교육을 받았다. 동호회 젊은 선생들이 1단계(안전하게 넘어지는 법)에서 5단계까지 차근차근 가르쳐 주었다.

"인라인은 보호 장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무리하지 않는다면 60대 이상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운동입니다. 달릴 때 상쾌하고 몸을 많이 움직일 수 있으며, 특히 하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장점이지요. 그 덕분에 제 장딴지는 '차돌'입니다. 노화는 다리에서 먼저 온다고 하잖아요."

골프 대신 인라인으로 종목을 바꾼 이유가 궁금해졌다.

"골프는 비용도 많이 들고 늘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닙니다. 그러나 인라인은 장비만 구입하면 공짜로 매일 탈 수 있어요. 저는 하루에 1시간30분 이상 거의 빠지지 않고 인라인을 즐깁니다. 휴일엔 한강 둔치에서 20㎞ 가량을 달리죠. 비가 오면 체육관으로 달려가요."

입문할 당시 그는 브레이크가 달린 초보용 인라인 스케이트를 구입했다. 그러나 2년 뒤 전문가용으로 교체했다. 브레이크가 없다 보니 넘어지는 경우도 간혹 있다.

"경주를 할 때 자전거 탄 어린이와 충돌하지 않기 위해 제가 미리 나가떨어집니다. 부닥치면 아이가 다칠 수 있거든요. 그러나 속도에 욕심내지 않으면 넘어질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인라인 덕분에 그는 당뇨병과 심장병을 이겨냈다.

"몇 년째 공복 혈당 80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3개월마다 병원에서 검사받고 있는데 늘 '건강에 이상 없다'는 말을 듣고 있어요."

아직 현역 세무사로 일하는 그는 고등학교.중학교에 다니는 두 손녀의 손을 잡고 인라인을 타는 '멋진' 할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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