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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에 운전기사까지 전방위 소환…공수처·검찰 또 충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허위 보도자료 작성 의혹과 관련한 검찰과 공수처 사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가 지난 22일 문상호 대변인 등 공수처 관계자들에 대한 출석 요청 사실을 공개한 경위와 관련해 검찰과 공수처가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으면서다.

공수처 “압박하느냐” vs 檢 “수사 협조해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매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던 김 처장은 지난 20일부터 출근길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매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던 김 처장은 지난 20일부터 출근길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 대변인 등 공수처 관계자들은 이날까지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당초 참고인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피의자 신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23일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서 취재진을 만나 “압박하는 것도 아니고 모양이 좀 아니지 않느냐”며 “자꾸 공개적으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그렇게 안 하려고 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소환 통보 등 수사정보를 흘렸다는 취지였다.

공수처는 지난 22, 23일 각각 공무상비밀누설죄와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한 ‘인권 친화적 수사기법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공수처는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처장·차장 포함 검사와 수사관 등) 참석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사정보의 누설과 피의사실 공표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세부 수사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원지검은 “공수처 관계자에 대한 출석 요청 사실을 먼저 공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문 대변인 등에 대한 소환 통보 소식이 알려진 건 검찰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가 스스로 언론 취재에 응한 게 발단인데 모든 걸 검찰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가 수사에 협조하지는 못할 망정 역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용차 2대…공수처장 “2호차 있는지 몰랐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 걸린 검찰기가 26일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검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유보부 이첩' '이성윤 황제조사' 논란 등에 이어 공수처 대변인 등 관계자 소환 통보까지 사사건건 충돌하는 중이다. 뉴스1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 걸린 검찰기가 26일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검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유보부 이첩' '이성윤 황제조사' 논란 등에 이어 공수처 대변인 등 관계자 소환 통보까지 사사건건 충돌하는 중이다. 뉴스1

검찰 안팎에서는 사건 주요 피의자인 김 처장의 최근 발언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김 처장은 지난 23일 공수처를 방문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가 여기 2호차가 있는 것을 몰랐다. 이곳 보안이 엄격하고 휴일인 점을 고려해 차량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호차가 있는지 몰랐다”는 발언은 공수처의 “당시 관용차가 2대 있었는데 2호차는 체포피의자 호송(용)으로 피의자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해 뒷좌석에서 문이 열리지 않는 차량이라 이용할 수 없었다”는 지난 2일 보도자료 내용과 다르다.

이를 두고 한 법조계 인사는 “스스로 해당 보도자료가 허위라는 걸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공용차량 운용규정’상 2호차는 호송용이 아닌 업무용으로, 여운국 차장이 실제 업무차 활용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2호차가 호송용이 아닌 건 맞지만, 출범 초기여서 임시 호송용으로도 사용한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김 처장이 문 대변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기획재정부 소속이던 문 대변인을 공수처 정책기획담당관으로 파견받아 대변인을 겸직하도록 한 건 김 처장이었다.

檢, 공수처 1호차 운전기사 소환 조사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 2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사무실로 출근하는 가운데 김 처장 왼쪽으로 그가 지난달 7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조사 당시 이 지검장에게 제공한 제네시스 관용차량이 보인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 2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사무실로 출근하는 가운데 김 처장 왼쪽으로 그가 지난달 7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조사 당시 이 지검장에게 제공한 제네시스 관용차량이 보인다. 연합뉴스

이 밖에 검찰에 고발된 공수처 관련 사건은 김 처장 등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허위 수사보고 작성 의혹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특혜 제공 의혹 ▶김 처장을 수행하는 김모 비서관(5급 상당 별정직 공무원)에 대한 특혜 채용 의혹 등 여러 건이다. 이들 의혹 모두 김 처장이 지난달 7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사건 관련 2019년 안양지청의 1차 수사를 무마하려 했단 혐의(직권남용)를 받는 이성윤 지검장을 면담·조사할 때 자신의 관용차(1호 차량)를 제공해 공수처로 출입하도록 하면서 불거졌다.

이와 관련, 수원지검은 지난주 김 처장의 관용차 운전기사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A씨는 공수처가 출범한 지난 1월 21일부터 근무하다 지난달 31일 그만뒀다고 한다. 검찰은 이 지검장 조사 당일 A씨가 아닌 김 비서관이 관용차를 운전한 경위와 함께 공수처 2호차에 대해서도 캐물은 것으로 보인다. 2호차의 성격과 활용 범위가 허위 보도자료 작성 의혹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준호·김민중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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