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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 위 웬 사람이…" 서울 마포 주택가 한밤 정전 소동 [영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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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9시 30분쯤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주택가 700여 세대가 30분간 정전됐다. 정전된 인근 오피스텔 주민 정모(29)씨에 따르면 정전 직후 거주자 수십 명이 한 전봇대에 몰려들었다. 전봇대 꼭대기에는 40대 남성 A씨가 올라가 있었고, 아래에는 119구급대원들과 소방차가 와있었다. 지상에는 대형 쿠션이 놓였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정씨는 "A씨가 소방대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전봇대에 매달린 몸이 흔들려 위험해 보였다"며 "어떻게 올라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포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정전은 A씨를 구조하는 작업 때문에 발생했다. 당시 A씨는 술에 취한 채 맨손으로 전봇대 위로 올랐다. 마포소방서 측은 A씨를 안전하게 구조하기 위해 한국전력공사 측에 "잠시 전기 공급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전봇대 전류 흐름이 멈추자 인근 오피스텔 건물 4개, 아파트 건물 1개뿐 아니라 인근 빌라까지 모두 불이 꺼졌다.

소방차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119대원이 "내려오라"고 했지만 A씨는 "사는 것이 힘들다. 내려가지 않겠다"며 버텼다. 30분간 119대원이 설득한 끝에 결국 A씨는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전봇대 아래서 상황을 지켜본 한 주민(34)은 "A씨가 안전한 위치까지 내려오자 인근 건물들에 동시에 불이 들어왔다”며 "상황이 종료되자 100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박수를 쳤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 대부분이 불평 없이 상황을 숨죽여 지켜봤다"며 "다친 사람이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주택가 전봇대에 올라간 A씨가 구조되기 전 모습. 사진 주민 제공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주택가 전봇대에 올라간 A씨가 구조되기 전 모습. 사진 주민 제공

A씨의 기행은 정전이 되기 약 15분 전 길을 지나던 행인에 의해 신고됐다. 경찰에 따르면 신고 내용은 "전봇대 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구조된 A씨를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한 뒤 25일 늦은 밤 집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은 '정전 소동'의 책임을 묻지 않았지만, 특수폭행 혐의로 그를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전봇대 위에서 지나가던 행인(신고자)에게 자신의 소지품들을 던져 위험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편광현·정은혜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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