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미제 코카콜라냐, 中굴기 받아들여라" 왕이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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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김상선 기자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김상선 기자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미국을 향해 중국의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24일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밤 미국 외교협회와 화상 교류에서 미국과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말했다. 왕 부장은 “민주주의는 미국이 원료를 만들고, 전 세계가 한 가지 맛을 보는 코카콜라가 아니다”라며 “지구에 하나의 방식, 하나의 문명만 있다면 이 세계는 생기도 활력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사회주의 민주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민주의 형식이 미국과 다르다고 중국에 ‘권위’와 ‘전제’의 딱지를 붙이는 것 자체가 비민주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와 인권의 이름으로 가치관 외교를 하고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며, 인위적으로 분열과 대립을 조장한다면 혼란과 재앙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만, 홍콩,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문제에 대해 미국은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는 요구다.

특히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해 대만 독립 세력에 어떠한 잘못된 신호도 보내지 말고 중국 정책의 마지노선을 넘으려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양국의 협력을 증진하고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국은 중국의 발전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며 “미국이 사회제도와 역사문화, 발전단계가 다른 대국의 평화적인 ‘굴기(堀起·우뚝 일어섬)’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중미 양국이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신흥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 사이에는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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