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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육아 상식, 애 잡겠어요

중앙일보

입력

'아기한테는 역시 천 기저귀가 좋다? 아토피에는 약보다는 민간요법을 써야 한다? 설사하는 아기는 굶겨야 한다?’
내 아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 그만큼 육아 정보라고 하면 귀가 솔깃해 진다. 그렇지만 인터넷 등에서 찾아낸 정보라는 것이 전문가의 검증을 받은 것보다는 ‘카더라’통신에 따른 것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알쏭달쏭한 육아법. 『삐뽀삐뽀 119』의 저자이자 소아과 전문의인 하정훈 원장의 판정을 들어보았다.

엎어 재우기 VS 바로 재우기

엄마들은 항상 고민한다. 예쁜 두상을 위해 아기를 엎어 재울 것이냐, 질식을 예방하기 위해 그냥 바로 재울 것이냐. 하 원장은 "엎어 재우면 머리 모양이 더 예뻐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아과 의사들은 돌 전에 아기를 엎어 재우기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최근 미국 소아과 학회에서도 아기가 12개월이 될 때까지 바로 재우기를 권장한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영아 돌연사 때문이다.

한동안 옆으로 눕혀 재우면 상관이 없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최근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옆으로 재워도 엎어 재우는 것과 거의 마찬가지로 영아 돌연사가 생길 위험이 있다. 따라서 반드시 등을 바닥에 댄 자세로 재우는 것이 좋다. 특히 푹신한 침구를 사용하거나 방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실내 온도가 너무 높은 경우도 영아 돌연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도너츠 모양으로 가운데 구멍이 뚫린 베개를 사용해도 좋고, 아기가 깨어 있거나 엄마가 옆에 있는 동안에만 엎어 두는 것만으로도 예쁜 두상을 만들 수 있다.

# 아플 땐 병원으로 VS 약보다는 민간요법으로

"증상은 한 가지일지라도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수많은 병이 있기 때문에 아기가 아프면 일단 병원에 가서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 원장은 약 사용의 최소화도 중요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을 악화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설사를 하는 아기를 굶기거나, 열이 날 때 옷을 껴 입히거나, 경기하는 데 약을 함부로 먹이거나, 아토피성 피부염에 근거 없는 민간요법을 사용하는 등의 잘못된 방법은 소아과 영역에선 아주 위험한 행동으로 본다.

가장 주의를 요하는 질병 중 하나가 아토피성 피부염이다. 스테로이드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무조건 약 사용을 기피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아기의 아토피성 피부염이 심한 경우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연고와 약물 치료를 병행해 빨리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크면 나아진다는 잘못된 상식으로 치료가 늦어지면 성장하면서 천식이나 비염 등 심각한 알레르기 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아지고, 치료 기간도 길어진다.

# 천 기저귀 VS 종이 기저귀

하 원장은 "어떤 기저귀를 사용하는가보다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천 기저귀나 종이 기저귀나 재질의 차이가 아기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엔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또 종이 기저귀가 아토피에 좋지 않다는 설도 근거가 없다고 강조한다.

천 기저귀는 뛰어난 통풍이 강점이다. 게다가 세탁해 계속 사용할 수 있으니 만만치 않은 종이 기저귀 가격을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기저귀에 남아 있는 세균에 의한 감염 위험이 있다. 특히 세균 중에는 오줌을 분해해 암모니아로 만드는 세균이 있는데 이런 세균이 증식하면 기저귀 발진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또 사용한 기저귀는 물에 담가 놓지 말고 바로 세탁해야 한다. 물속에서는 세균이나 곰팡이가 더 쉽게 증식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변만 처리하고 그냥 놔두는 편이 낫다.

기저귀 발진이 심하거나 설사를 하는 경우에는 종이 기저귀가 좋다. 특히 기저귀를 자주 갈아 주기 힘든 밤엔 더욱 효과적이다. 아무래도 흡수력이 천 기저귀보단 좋기 때문이다.

# 일찍 시작해 골고루 먹이기 VS 천천히 시작해 가려 먹이기

엄마들의 또 다른 고민이 이유식이다. 특히 요즘처럼 아토피가 많은 경우엔 더욱 그렇다. 하 원장은 "보통 이유식은 주변 엄마들이나 할머니에게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대개 지나친 욕심으로 아기에게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만 4개월까지는 모유.분유.물 외에 다른 것은 먹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만 4~6개월이 되면 죽부터 이유식을 시작한다. 4개월 이전에 시작하면 아기의 장이나 면역 체계가 제대로 성숙하지 않아 알레르기 체질이 될 위험이 높아진다. 반대로 6개월이 지나서도 이유식을 시작하지 않으면 철분 결핍이 되거나 경우에 따라 모유나 분유 외에 덩어리가 있는 음식을 모두 거부하게 될 수 있다. 단 모유수유를 하거나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는 경우라면 만 6개월부터 이유식을 하는 것이 좋다.

이유식은 아기의 식습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적어도 돌까지는 간을 하지 않는다. 만일 아기가 어릴 때부터 짜고, 고소하고, 단 것을 많이 먹으면 이런 음식에 대한 기호가 생겨 평생 그런 종류의 음식을 좋아하게 된다.

특히 아기가 울 때 먹는 것으로 달래줘서는 안 된다. 월령에 따라 음식 선택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토마토.딸기.꿀.달걀 흰자 등은 돌 이후에 먹이고,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라면 새우.조개.생선.달걀 등은 두 돌 이후에 먹이는 것이 좋으며, 땅콩은 세 돌 이후에 먹이도록 한다. 아기가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엄마 스스로 판단해 음식을 제한하는 것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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