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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없거나 많아야 두 개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황 교수가 올해 5월 발표한 환자 맞춤형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11개는 존재하는가.

미즈메디 병원 노성일 이사장과 서울대 의대 이왕재 연구부학장 등은 11개 모두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두 개 정도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황 교수는 이런 상태에서 2005년 6월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했다. 국내 생물학 전공자들은 이달 초부터 생물학 전공자들이 사진 중복, DNA 지문의 유사성 등을 들어 줄기세포가 11개가 아닐 수도 있다고 수 차례 문제제기를 해왔다.

◆ 몇 개나 있나=황 교수가 만든 줄기세포는 2004년 2월 논문에 실린 1번 세포, 2005년 6월 논문의 2~12번 세포 등이다. 이 중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11개다. 노 이사장은 2005년 논문의 2~7번 줄기세포는 지난해 10월 훼손돼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 이사장은 "지난해 10월께 2~7번 줄기세포 6개가 실험 과정에서 곰팡이에 오염돼 모두 사멸했다"고 말했다.

MBC는 15일 뉴스데스크에서 "안규리 교수가 '지난해 개 사육장에서 날아온 곰팡이로 배아줄기세포 상당수가 훼손됐으며 직접 되살리려고 시도했으나 복원이 어려운 상태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행히 이 중 2, 3번 줄기세포는 미즈메디병원이 황 교수 팀에서 분양받아 냉동상태로 보관 중이라는 게 노 이사장의 설명이다. 미즈메디는 이 두 개의 세포를 녹여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인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2번 세포도 가짜 논란에 휩싸여 있다. PD수첩 팀이 지난달 12일 황 교수 측에서 5개의 줄기세포를 받아 DNA 검증을 한 결과, 2번 세포도 가짜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PD수첩 팀이 이 줄기세포를 유전자 검사업체인 아이디진과 서울대병원에서 검증한 결과, 2번 줄기세포와 환자 머리카락 세포의 DNA가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로 인정받으려면 환자 세포와 줄기세포의 DNA가 일치해야하는데 불일치로 나와 가짜일 것이라는 게 PD수첩 측의 주장이다. 8~12번 줄기세포도 가짜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노 이사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는 올 1월 6개의 배아줄기세포를 다시 만들었다고 알려왔지만 이것들도 미즈메디병원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8~12번 세포가 체세포 핵 이식 방법으로 만든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아니라 미즈메디병원에서 불임치료에 쓰고 남은 냉동잉여 수정란으로 만든 줄기세포라는 뜻이다.

노 이사장의 말을 종합하면 진짜 줄기세포는 2, 3번 줄기세포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가짜이거나, 모두 가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2번 줄기세포도 진위를 의심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황 교수가 만든 줄기세포는 많아야 2개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끊이지 않았던 의혹들=노 이사장의 주장이 맞다면 줄기세포가 많아야 2개밖에 없는 상황에서 황 교수 팀은 올해 6월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한 것이다.

그동안 국내외에서는 노 이사장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주장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에 파견된 김선종 연구원은 "황 교수가 2, 3번 줄기세포 사진을 10여 장 찍어서 보내라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10월 20일 MBC PD수첩 팀과의 인터뷰, 12월 4일 YTN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했다. PD수첩 팀과의 인터뷰에서는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부담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동안 PD수첩 팀과 국내 생물학과 대학원생들은 2005년 6월 논문에서 2, 3번 줄기세포 사진을 4~12번 사진으로 가장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계속 제기해 왔다.

그 근거로 제시된 게 사진이 중복됐다는 주장이다. 네티즌들은 5일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홈페이지 소리마당 게시판에 9-11번, 3-8번, 7-8번의 사진은 각각 하나의 세포 사진을 컴퓨터 그림프로그램(포토샵)으로 배율을 늘리거나 다른 각도에서 찍은 모습으로 변형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5-6번과 7-11번의 사진은 아예 동일한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9일에는 일본의 한 인터넷 게시판에 5번과 10번, 4번과 7번 라인의 사진이 각각 같은 줄기세포의 다른 부분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 교수가 미즈메디 병원의 냉동 수정란으로 만든 줄기세포를 가져다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로 가장했다는 노 이사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일도 있었다. 15일 새벽 BRIC 게시판에 황 교수 논문에 실린 5번 줄기세포 사진과 미즈메디의 냉동 수정란 배아줄기세포 1번의 사진이 같다는 글이 실렸다. 미즈메디 1번 줄기세포는 노 이사장과 김선종 연구원 등이 10월 19일 미국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실렸다. 이런 비판이 제기되자 노 이사장은 이 논문의 철회를 요청했다.

몇 개의 줄기세포를 여러 개로 부풀렸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았다. 생물학 전공자들은 BRIC 게시판에 "줄기세포와 환자 체세포 DNA 지문의 그래프 모양이 원래는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데 황 교수 논문에서는 복사한 듯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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