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 사진' 논란 증폭

중앙일보

입력

황우석 교수팀이 2005년 5월 사이언스에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확립에 성공했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하면서 참고 자료로 함께 제출했던 배아줄기세포 현미경 사진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서로 다른 줄기세포를 찍은 사진이 같거나 비슷하다는 것.

즉, 황 교수팀의 2∼11번 배아줄기세포 중 거의 흡사한 모양의 사진이 4∼5쌍이 있다는 것. 3번과 8번, 9번과 11번 등은 세포군 사진이 배율만 다를 뿐 비슷하거나, 같은 사진을 포토샵으로 위아래로 찌그러뜨린 모양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황 교수팀은 일단 "단순 실수로 이미 자체적으로 파악해 사이언스에 오류 보고를 해놓았고 논문을 수정하겠다"고 설명했다.

11개의 줄기세포를 찍은 수백장의 현미경 사진을 가지고 작업을 하다 보니 일부 같은 사진이 실리는 실수가 있었다는 것.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애초 '데이터 조작' 논란이 촉발된 생명과학자 사이트에는 끊임없이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국내의 논란과는 별개로 논문을 게재한 사이언스가 이 문제에 대한 검토에 나서고 미국 뉴욕타임스도 6일 이 문제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인터넷판에서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새로운 의문점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배아줄기세포 사진 문제를 다뤘다.

이 기사는 황 교수팀의 연구의 의의와 난자출처 윤리 논란으로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결별을 선언한 과정 등을 차례로 소개한 뒤 끝으로 '새로운 의문점'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기사에 따르면 황 교수는 사이언스에 보낸 e-메일에서 논문의 보조 자료로 인터넷에 게재한 배아줄기세포 사진 일부가 "실수로 중복됐다"며 정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어 하지만 "황 교수가 사이언스에 처음 보냈던 자료에는 11개 줄기세포주가 모두 다른 것이었으며, 이 애초 자료를 검증한 사이언스 검증단은 당시 중복 사진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중복은 나중에 추가된 것이 틀림없어 보이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사는 또 사이언스 생명과학 분야 부편집장 카트리나 L. 켈너(Katrina L. Kelner)의 말을 인용해 "황 교수도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고 있다"고 했다면서 아마 이런 에러는 편집 과정에서 발생했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기사는 "과학 논문에서 에러는 드문 일이 아니며, 작은 실수들은 흔히 있지만, 일부 에러들은 나중에 조작이나 결과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심각한 허위보고로 드러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사이언스 편집장 도널드 케네디는 '이 사진의 어떤 부분을 수정해야 할 지 동료들과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는 연구의 과학적 가치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고 기사는 전했다.

공동저자인 섀튼 박사는 사진 중복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으며, 다만 대변인을 통해 "황 박사는 그 문제를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으며 피츠버그 대학 연구검증위원회에 이 문제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편 사이언스는 2005년 5월 황 교수팀의 연구논문에 실린 표를 하나 수정할 예정이며, 2004년 2월 논문에서 '난자 기증자들이 난자를 무상 제공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