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차량서 일가족 구한 장애인 김기문씨 ‘LG의인상’

중앙일보

입력

사고를 당해 4급 장애 판정을 받고도 물에 빠진 차량 속 일가족을 구조해 목숨을 살린 김기문(56)씨가 LG그룹이 지원하는 LG의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농수로 빠져 전복된 차량서 가족 구해 #박영만·허윤석씨는 차량 화재 현장서 #119에 긴급 연락하고, 운전자 구조

LG복지재단은 위험을 무릅쓰고 사고 차량 구조에 앞장 선 김씨와 박영만(57)·허원석(48)씨에게 LG의인상을 수여했다고 20일 밝혔다.

LG복지재단은 하반신 장애에도 불구하고 사고 차량에 갇힌 일가족을 구한 김기문씨(왼쪽부터)와 폭발 직전 차량서 운전자를 구한 환경미화원 박영만·허원석씨에게 'LG의인상'을 수여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 LG그룹]

LG복지재단은 하반신 장애에도 불구하고 사고 차량에 갇힌 일가족을 구한 김기문씨(왼쪽부터)와 폭발 직전 차량서 운전자를 구한 환경미화원 박영만·허원석씨에게 'LG의인상'을 수여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 LG그룹]

김기문씨는 지난달 21일 경남 김해시 봉곡천에서 낚시를 하다, 근처에서 차량 한 대가 농수로로 굴러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좁은 교량에서 마주 오던 차량에 길을 비켜주다 사고를 당했다. 김씨는 하반신 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지만 사고를 목격하자마자 물속으로 뛰어들어 차량 속에 갇혀 있던 일가족 3명을 차례로 구조했다.

당시 농수로에는 전날 내린 비 때문에 흙탕물이 많이 차올라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차 안에서는 높은 수압 때문에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손을 더듬어가며 차 문을 열고 운전자부터 끌어냈다. 구조된 운전자가 “뒷좌석에 두 명이 더 있다”고 말하자, 다시 물속에 뛰어들어 운전자의 아내와 아들이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왔다.

김씨는 “나 역시 사고로 힘든 고비를 겪었는데 그때 소방관과 의료진의 도움으로 새 삶을 살 수 있었다”며 “남의 일 같지 않아 구조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수상자인 박영만·허원석씨는 충북 진천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이다. 이들은 지난달 11일 오전 3시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교차로에서 충돌 사고로 불타고 있는 차량을 목격했다. 두 사람은 곧바로 119에 신고한 뒤 화염에 휩싸인 차량 문을 열고 의식을 잃은 운전자를 끌어냈다. 차량 폭발을 피해 20여 m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다 출동한 구조대에 운전자를 인계하고 현장을 떠났다.

이후 경찰 조사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두 사람은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LG 관계자는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위험 속에 몸을 던진 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하기 위해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LG의인상은 2015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됐다. 지금까지 145명이 LG의인상을 받았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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