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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2억회분" 준다는 모더나…한국 3325만명 접종 꼬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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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백신. AFP=연합뉴스

모더나 백신.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또다시 ‘경고등’이 들어왔다. 당초 5월부터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 모더나 백신 물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모더나는 13일(현지시각) 2억 회분의 물량을 7월까지 미국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선 구매 계약 국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앞서 지난해 말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모더나 스테판 반셀 CEO 간 통화 이후 공급 시기를 “당초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겼다”고 발표했다. 자칫 공수표가 될 수 있다.

모더나 7월까지 美 2억회분 공급 

모더나는 13일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2분기 백신 공급 현황을 공개했다. 모더나는 우선 5월 말까지 미국 정부에 백신 1억 회분을 공급한다. 이어 7월 말까지 1억 회분을 더 추가한다. 총 2억 회분이다. 미국 외 국가에 대한 공급 시기는 이번에 설명하지 않았다. 모더나는 “미국 외 지역 공급망 구축은 (미국보다) 1분기 늦었다”며 “계속 확장하는 중”이라고만 밝혔다.

모더나는 올 1분기까지 미국에 8800만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한 상태다. 같은 시기 다른 선 구매 계약국가 등에는 1400만 회분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1분기 생산량의 대부분을 자국에 풀었다. 2분기 때는 자국 외 물량이 어느 정도 풀릴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모더나의 백신 생산능력은 한달 5800만 회분가량(2월 기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통화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통화고 있다. 사진 청와대

韓 2분기 받을 물량 "협의중" 

한국 정부는 모더나 측과 선 구매 물량(4000만 회분)의 도입을 지속해서 협상 중이다. 모더나는 올 초 “5월 한국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과 반셀 CEO 간 전화통화 직후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에 물량 배정이 미뤄지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모더나와의 협상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분기 안에 코로나19 백신 271만2000회분을 추가 도입하려 개별 제약사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얀센, 노바백스와 달리 모더나의 경우 초도물량 협상이 더욱 어렵다고 한다.

아스트라제네카(AZ)와 얀센의 ‘희귀 혈전증’ 부작용부터 모더나 백신 수급 문제까지 잇단 악재가 겹치면서 11월 집단면역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정부는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백신 1809만 회분 외에 2분기 안에 모더나와 노바백스, 얀센 백신 물량을 추가로 들여와 접종을 이어갈 계획이었다. 2분기부터 순차 도입 예정이었던 물량은 ▶모더나 4000만 회분 ▶노바백스 4000만회분 ▶얀센 600만명분(얀센의 경우 1회 접종)이다.

2분기 접종계획 차질은 없으나 

다만 수급 불안정으로 2분기에 모더나와 얀센 백신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도 당장 접종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접종 대상자는 1150만명으로 AZ 770만명, 화이자 380만명이다. 이 중 AZ 백신 접종 대상자 중 30세 미만 64만명이 3분기로 미뤄지면서 2분기 AZ 접종 대상자는 706만명 정도로 줄었다. 5월부터 순차 도입된다고 했던 AZ 직계약분 700만 회분이 예정대로 들어온다면 감당 가능한 수준이다. 여기에 5월 코백스를 통해 들어오는 AZ 167만 회분도 있다. 2회차 물량까지 1차로 펼쳐 쓴다는 전제하에 약속된 물량이 모두 들어온다면 2분기 접종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예진실 앞에 앉아 화이자 백신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동작구, 연합뉴스

14일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예진실 앞에 앉아 화이자 백신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동작구, 연합뉴스

일반 성인 접종땐 달라 

문제는 일반 성인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ㆍ4분기다. 지난 1월 정부의 예방접종 시행 계획에 따르면 3ㆍ4분기 접종 대상자는 3325만명이다. 당장 3분기 접종에 쓰일 물량은 최근 도입이 확정된 노바백스 1000만명분(2000만 회분)이다. 이마저도 당초 도입계획 물량의 반 토막이다. 노바백스 백신의 경우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 심사에 필요한 서류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또 지난 1월 예방 효과가 89.3%에 달하고 변이 바이러스를 방어한다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아직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사용 허가를 받지 못했다. 한국이 접종 첫 타자로 나서게 될 수도 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바백스는 단백질 백신이라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지만 단순히 단백질만 있는 게 아니라 면역 증강제가 결합해 있다. 이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노바백스가 벤처 회사고 여태까지 백신 허가를 받아 시판한 적이 없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3상 임상에서 3만명 대상으로 할 때는 문제가 없었을 수 있지만 300만명, 3000만명 등 접종 대상 많아지면 AZ나 얀센처럼 생각하지 못한 이상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적극적으로 도입 협의중" 

노바백스 1000만명분 외에 직계약분 중 남아있는 백신 물량은 ▶AZ 1143만회분 ▶화이자 1900만회분 ▶얀센 600만명분 ▶노바백스 2000만회분 ▶모더나 4000만회분이다. 여기서 모더나 4000만회분이 수급이 불안정한 상태고, AZ와 얀센은 희귀혈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아 접종 대상이 제한적이다. 3ㆍ4분기 접종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선 화이자 1900만 회분을 최대한 당겨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분기 지나면 미국이나 유럽 내 접종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백신 물량이 이들 국가 밖으로 풀릴 수 있다”며 “지금이 화이자·모더나 백신 물량 확보에 총력을 다할 때다. 내년 분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앞서 12일 특별방역점검회의 종료 후 브리핑을 열고 “지난주 직접 화이자와 노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모더나 등 백신 공급자 대표들과 릴레이 면담을 진행했다”며 “백신 추가 구매 가능성을 열어두고 백신이 더 일찍 도입될 수 있도록 공급사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욱·이우림기자 kim.minwook@joogna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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