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조류독감 백신 개발 위해 자기 몸도 실험 대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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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조금만 노력하면 조류독감 백신을 개발할 수 있어요."

조류독감 바이러스 전문가인 충남대 수의학과 서상희(40)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도 경고했듯이 사람 간에 전파되는 변종 조류독감 바이러스(수퍼독감)가 출현하면 인류에게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적으로도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1~2년 뒤에 사람들에게 급속히 전파됐다"며 "정부 대책이 가금류 사육 농가보호에 국한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수퍼독감 창궐에 대비해 2003년 12월부터 백신 개발에 몰두해 왔다. 국내 철새 분비물에서 백신균주(바이러스)를 추출한 뒤 유정란에 접종, 증식하는 방식으로 백신을 만들었다. 이렇게 증식된 바이러스를 정제해 백신(HA단백질)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덕연구단지 한국생명과학연구원 영장류센터에 있는 원숭이 네 마리에 이 백신을 접종, 안전성과 면역 효율성(항체형성)을 확인했다. 지난해 9월 초에는 인체 실험을 위해 백신을 자신의 몸에 접종하기도 했다.

인체 실험 결과가 학계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사람 100~200명과 동물(원숭이.쥐) 100마리에도 안전성 실험을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서 교수 팀은 재원 부족으로 연구를 더 이상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산업자원부가 추진 중인 '공통 핵심기술개발사업'에 백신개발사업계획서를 냈다. '조류독감 백신개발에 필요한 별도의 설비 설치비와 임상 실험비용 등을 위해 6억원을 지원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서류심사단계에서 탈락했다.

서 교수는 "현재 백신 개발이 80%는 진척된 상태"라며 "나머지 작업은 정부나 외부기관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부터 백신 개발에 나서면 몇개월 이내에 성공할 수 있으므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1997년 홍콩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인체 손상 원인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 2003년 10월 국제독감바이러스학회에서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또 관련 논문이 세계적 과학전문지인 '네이처'에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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