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부산 재보궐선거 결과가 나온 뒤 여당에서 연일 '반성문'을 쓰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 청년 의원들이 고개를 숙이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선거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뉴미디어본부장 역할을 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 청년 의원들은 선거 참패 원인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며 "재보선을 치르게 된 원인이 민주당 공직자의 성 비위 문제였음에도 당은 당헌·당규를 개정해 후보를 내고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죄도 없었다"고 밝혔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반성문인 셈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날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반성문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유시민씨 같은 분은 '남성이 축구 보고롤(게임 '리그오브레전드') 하느라 여성보다 공부를 안 하니 여성보다 불리하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나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하다가 정작 박원순 시장 성 추문 앞에 서서는 페미니스트들이 만족하지 못할만한 이야기를 하고, 피해호소인 이야기를 하니까 페미니스트 표도 달아나서 20대 여성층에서 군소후보에게 15%를 뺏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여성주의 구호를 내면서도 정작 박 전 시장의 의혹에는 여성주의적인 시각과 다른 태도를 보여 2030세대 남·여 표 모두를 잃었다는 게 이 전 최고위원의 시각이다.
그러면서 이 전 최고위원은 "성 평등이라고 이름 붙인 왜곡된 남녀 갈라치기 중단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20대 남성 표가 갈 일은 없다"며 "10만원 줘도 안 되고, 지하철 요금 40% 할인해줘도 안 되고, 데이터 5기가 줘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선거에서 박영선 후보 캠프가 내세운 2030을 대상으로 한 교통비 할인, 휴대폰 데이터 추가지급 등 공약을 비판한 말이다.
오 후보와 박 후보가 경쟁한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출구 조사 결과 20대 남성 72.5%는 오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관측됐다. 60대 이상 남성(70.2%)의 지지율보다 높았다. 반대로 20대 여성들은 44%가 박 후보에 투표한 것으로 예측됐다. 오 후보(40.9%)보다 박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20대 여성들은 군소 후보에도 15.1% 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