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세포도 자체 방어시스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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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의사들은 고농도의 항암제를 투여하지만 암세포는 좀처럼 죽지 않는다. 왜 그런 것일까?

이 같은 질문에 답이 될 수 있는 연구결과가 국내 연구팀에 의해 처음으로 제시됐다.

연세의대 생화학ㆍ분자생물학교실 김건홍(金建弘) 교수팀은 체내 'PKCK2'라는 효소가 암세포에 방어망을 만들어줌으로써 항암제가 암세포에 전달되더라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PKCK-2' 효소의 활성을 억제할 수만 있다면 암세포의 방어시스템을 무력화함으로써 암세포들을 죽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 진흥사업 중 하나로 이뤄졌는데 연구논문은 분자생물학 분야 권위지인 유럽분자생물학회지(EMBO) 인터넷판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암세포 내 'PKCK-2' 효소의 활성이 높을수록 암세포의세포질에 있는 '프로카스페이즈-2(procaspase-2)'라는 단백질의 '인산화(燐酸化)'가 증가해 세포사멸 과정이 억제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인산화는 단백질에 '인산기(Phosphate)'가 붙는 것을 것을 말하는데 이 경우는 특정 단백질에 인산화가 이뤄짐으로써 단백질의 고유 기능이 억제된 경우다.

연구팀은 또한 뇌종양, 식도암, 직장암 등에 걸린 각각의 세포주(株)들에 세포사멸 유발 단백질인 '트레일(TRAIL)'과 이미 알려진 'PKCK-2' 억제 물질을 함께 처치한 결과 수시간 만에 대부분의 암세포가 죽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즉 'TRAIL'이라는 항암물질이 'PKCK-2'가 만들어 놓은 방어시스템을 무력화시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셈이다. 미래의 항암제로 촉망받고 있는 'TRAIL'이라는 물질은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 세포를 사멸시키는데 현재 다국적 제약회사들에 의해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위암, 간암, 폐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31개 암세포주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같은 연구결과를 얻음에 따라 'TRAIL'을 임상시험 중인 다국적제약회사와 기술 협력을 타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건홍 교수는 "트레일(TRAIL)이 암세포에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서는 암세포의 방어망 역할을 하는 PKCK-2 활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해야 한다"면서 "이번 연구성과는 10개의 암 중 2개만 치료할 수 있는 항암제에 PKCK-2' 억제 물질을 함께 처방할 경우 10개 암 모두를 없앨 수 있다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국내외에 특허 출원한 데 이어 천연물로부터 PKCK2 활성을 억제하는 신물질을 발굴도 병행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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