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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논의” 파문 일자 번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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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정부가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불참하는 방안을 동맹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파문이 커지자 급히 이를 번복했다.

대변인 “동맹국들과 연대해 대응” #고위 관리 “논의한 적 없다” 수습 #일부선 “정부대표단 불참 가능성” #중국 “스포츠를 정치화하나” 반발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동맹국과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는 우리가 분명히 거론하고 싶은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할 순 없지만, 논의는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독자적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라 동맹국들 모두와 연대해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신장 지역 집단학살을 비롯해 중국에서 지독한 인권 침해가 벌어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또 “중국 정부와의 관여에 있어 경쟁·대립·협력의 세 가지 측면이 있다”면서 “우리의 대중국 접근은 계속 두 가지(경쟁·대립)로만 유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브리핑 직후 CNBC방송과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은 익명의 국무부 고위 관리가 프라이스 대변인의 발언을 정정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관리는 “동맹국·협력국들과 공동 보이콧 관련한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며 “2022년 올림픽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도 브리핑 직후 트위터에 “중국과 관련한 공통의 우려는 동맹국들과 긴밀히 상의해 나갈 것”이라며 “2022년까진 시간이 남았다. 아직 올림픽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며 발언 수위를 낮췄다.

논란 이후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지만, 미 정부는 그간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입장을 꾸준히 시사해 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월 관련 질문에 “올림픽 참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림픽 보이콧은 스포츠를 정치화해 올림픽 헌장을 위반한다는 논란을 넘어 국내 정치에서도 상당한 파문을 불러올 수 있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일 수 있는 자국 선수들의 도전 기회나 국민의 올림픽 시청권이 기본권으로 여겨지고 있어 정부가 이를 박탈한다면 여론 반발을 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현실성을 고려할 때 선수단 전체 출전 거부보다는 정부 대표단 불참이나 미국 기업의 올림픽 후원 취소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캐나다·영국·호주 등과 함께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거나 대표단의 급을 하향하는 식의 외교적 보이콧에 나설 가능성이 60%며, 선수들 참가를 막는 방식으로 보이콧에 나설 가능성은 30%”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또 “미·중 긴장이 누그러지면 공식적 보이콧은 하지 않고 각국 정상이 일정을 이유로 불참할 수 있는데, 이런 가능성은 10%”라고 관측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며 “미국 올림픽위원회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올림픽 보이콧 이유로 삼는 것에 대해 “세기적인 거짓말이며, 우리는 신장의 실제 상황을 여러 장소에서 소개했다”고 반박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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