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5% 미세먼지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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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의 85%가 유럽연합(EU)의 미세먼지 허용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000분의 1㎜) 이하의 미세먼지는 자동차나 공장의 배기가스를 통해 배출되며 각종 호흡기 질환과 심장병.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대기오염물질이다.

이 같은 사실은 중앙일보가 미국환경보호청(EPA) 조사 방식에 따라 환경부의 '2002~2004년 전국 61개 미세먼지 오염자료'를 도시별 인구에 적용, 미세먼지에 노출된 '위험인구'를 추산한 결과 확인됐다. 국내에서 오염물질에 노출된 위험인구가 분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에서 미세먼지 수준이 EU의 환경기준치인 공기 ㎥당 40㎍(마이크로그램, 1000분의 1㎎)을 초과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위험인구는 총인구의 85%인 4066만 명으로 분석됐다.

또 미국 연방정부가 정한 환경기준치(공기 ㎥당 50㎍)를 초과하는 미세먼지에 노출된 위험인구는 총인구의 70%인 3349만 명이었다.

우리 정부(환경부)가 정한 기준치(공기 ㎥당 70㎍)를 초과한 지역에 사는 인구도 총인구의 7.3%인 350만 명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구리.김포.성남.시흥.안산.오산.의왕.평택 등 8개 도시는 최근 3년 연속으로 평균 미세먼지 오염도가 환경부의 기준치를 초과했다.

서울시는 3년간 평균치가 69㎍으로 환경부 기준치에 약간 못미쳤다. 하지만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정한 환경기준치인 60㎍을 초과했다. 서울시 기준을 적용할 경우 구리 등 10개 도시 외에 부산.대구 등 15개 도시가 미세먼지 기준 초과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들 25개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는 총인구의 54.3%인 2598만 명이다.

또 중앙일보가 지역별 미세먼지 오염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들과 비교하기 위해 도시별 '오염지수'를 계산한 결과 61개 도시의 평균 오염지수는 공기 ㎥당 61㎍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료가 확보된 OECD 가입국(28개) 가운데 이탈리아에 이어 둘째로 높은 수치다.

국가나 도시별 환경기준의 차이는 경제적 여건과 관계 당국의 오염 개선 의지 등이 반영된 것이다. 아주대 장재연(예방의학) 교수는 "이번 분석 결과는 우리의 환경기준치가 얼마나 느슨한지, 환경보건 수준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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