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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될 땅’ 아들 증여한 광양시장 제명했지만…속타는 민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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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2일 선거전망에 대해 "웃고 있어도 웃는게 아니다.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2일 선거전망에 대해 "웃고 있어도 웃는게 아니다.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시장 직위를 이용해 부동산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소속 기초자치단체장을 2일 전격 제명했다. 4·7 재·보궐선거를 닷새 앞두고 거듭되는 부동산 악재에 내린 특단의 결정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도로 공사 예정지를 아들에게 증여해 재산을 불린 의혹을 받고 있는 정현복 광양시장을 당원에서 제명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 시장이 당 윤리감찰단 조사에 불응하고 탈당 의사를 피력한 점을 고려해 긴급하게 최고위를 통해 비상징계를 의결하고 제명 조치했다”고 밝혔다.

정 시장은 2018년 8월 자신의 아들에게 광양시 광양읍 땅을 증여했다. 도로를 만들기 위해 광양시가 토지를 수용하기 10개월 전이었다. 문제는 해당 도로가 계획된 게 정 시장 재임 시기인 2016년 11월이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도로 예정지를 아들에게 증여해 보상금을 받게 한 셈이다. 정 시장 아들은 해당 땅 공시가격(1억7249만원)의 2.5~3배 가량을 보상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정 시장이 ‘셀프 토지 수용’을 하고 아들에게 그 돈을 받게 증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시장 사례는 지난 1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에 보고됐고, 이튿날인 2일 언론이 보도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외부에 공개되자 민주당이 징계를 내린 셈이다. 그러자 당내에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황급히 징계 내린 게 아니냐”(민주당 당직자)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달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문제가 불거진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국회의원 전수조사와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등을 추진해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주민 의원 등 이른바 ‘임대차 3법’을 주도한 이들이 법 시행 전에 전·월세 인상 상한(5%)보다 임대료를 높게 받은 게 알려지며 “내로남불” 논란을 빚었다.

자신의 토지를 도로 용지 수용 전 아들에게 증여해 논란을 빚고 민주당에서 제명된 정현복 광양시장. 연합뉴스

자신의 토지를 도로 용지 수용 전 아들에게 증여해 논란을 빚고 민주당에서 제명된 정현복 광양시장. 연합뉴스

이에 민주당은 소속 의원 174명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국민권익위에 의뢰하며 야당 동참을 유도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불리할 게 없는 야당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국민의힘이 원했던 감사원이 실시하는 전수조사라도 동의할 계획”(2일 최인호 수석대변인)이라며 긴급 제안한 상태다.

“단독 처리하겠다”(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며 으름장을 놨던 이해충돌방지법안 처리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단계에서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야당에 진지하고 속도감 있는 자세를 촉구해왔는데 (반응이 없어서)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돌파책은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고, 악재만 잇따라 이어지자 당 지도부에선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다.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는 말까지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이 모든 걸 다 했지만 먹히질 않고 있다”며 “정권심판론 앞에서 백약이 무효한 선거”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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