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집 15채 사들인 그 직원, ‘김현미 표창장’으로 재취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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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LH 세종특별본부 출입문. 뉴스1

세종시 LH 세종특별본부 출입문.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재직 중 본인과 가족 명의로 전국의 LH아파트 15채를 사들인 A씨가 아파트 매입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표창장은 받은 것으로 1일 확인됐다.

A씨가 받은 ‘김현미 표창장’은 분양내역을 신고하지 않아 징계위에 회부됐을 때 감경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후 새만금개발공사에 재취업할 때도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새만금개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2월 29일 당시 김 장관은 A씨에게 “귀하는 평소 맡은바 직무에 정려하여 왔으며 특히 국토교통업무 발전에 기여한 공(功)이 크다”며 표창장을 수여했다.

A씨는 표창장 받기 한 달 전에도 모친 명의로 대전의 LH공급주택을 순번추첨 수의계약으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LH에 재직하던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본인·가족 명의로 수원, 동탄, 목포, 대전, 논산, 포항, 창원, 진주 등에서 15채의 LH공급주택을 무더기로 사들였다.

A씨는 공급주택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던 시기에 징계가 아닌 표창장을 받은 것이다.

A씨의 무더기 주택매입은 2018년 내부감사에서 분양내역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면서 드러났다.

황보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A씨는 감봉 2개월의 징계수위가 잠정 결정됐지만 표창장을 수여받은 것으로 인해 가장 가벼운 징계인 ‘견책’으로 감경됐다.

A씨는 2019년 3월 이 징계 사실을 숨긴 채 11대1의 경쟁률을 뚫고 새만금개발공사에 3급 경력직 직원으로 채용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LH징계내용을 숨긴 채 ‘김현미 표창장’을 제출했다. 당시 경쟁률은 11대1이었다.

A씨가 재취업할 당시 김 장관은 현직 장관이었다. 새만금개발공사는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김현미 표창장’이 당락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A씨는 재취업 과정에서 LH 징계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입사에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서”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현재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황보 의원은 “부동산 적폐를 탓할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적폐임을 인정하고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직기강이 뿌리까지 썩은 상황에서 LH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은 예견된 참사였다”고 비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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