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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자식보다 오래 못사니…홀로 서게 하라

중앙일보

입력

내 아이가 혹시 ‘어른 아이’로 자라는 건 아닐까? 몸은 성인이지만 정신적·경제적으로는 부모에게 의존하는 어른 아이들. ‘피터팬 신드롬’에 걸린 이들이 취업난을 맞아 부모 품에 안주하는 ‘캥거루족’으로 불리며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자립은 성인이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하지만 이들은 가정을 책임질 나이가 지나도 독립된 존재이길 거부하며, 변함없는 부모의 관심과 보살핌을 원한다. 16일 성년의 날을 맞아 아이를 스스로 책임지는 진짜 성인으로 키우는 방법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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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팬 양산하는 사회=행복하고 해맑은 동심의 세계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상상이다. 이런 바람을 구체화시킨 존재가 영원한 소년으로 존재하는 피터팬이다. 그런데 산업화와 경제성장, 그리고 저출산.고학력화 현상은 피터팬 신드롬을 양산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반세기전만 해도 10대 후반만 되면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하며 자연스레 경제활동의 주체인 어른으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한다. 종전엔 독립된 성인의 기본 요건인 경제적 자립을 일찍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반면 경제발전에 따른 고학력화는 자녀들의 독립 시기를 자연스레 늦춘다. 또 경제력을 갖춘 부모들의 저출산화는 자녀가 장기간 부모에 의존하며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있다. ◆ 성적 중심의 교육도 문제=서울 강남의 A초등학교 5학년 B양(12).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교 숙제는 어머니 몫, 학원 숙제는 자신의 일로 자연스러운 분담이 이뤄졌다. "자료 찾기, 만들어오기 같은 학교 숙제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성적과 무관하기 때문에 엄마가 하고, 학원에서 내주는 영어 단어 외우기, 수학 문제 풀이는 아이가 한다"고 어머니는 말한다. 이런 상황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심해진다. 학년 초 자신의 교복에 이름표를 붙이려 방과 후 상점을 방문한 S군(Y고 2학년). 가게를 가득 메운 학부모들에게 "엄마는 어디 가시고 학원 갈 시간에 네가 왔느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 요즘 아이들은 "공부만 잘하라"는 말을 듣고 자란다. 학업에 방해되는 일은 부모 몫이다. 대도시의 고학력 전업주부 가정에서 흔히 보는 현상이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자녀의 일과표를 일일이 짜주고 과외교사를 섭외하던 어머니들 중에는 자녀가 대학생이 된 뒤에도 수강신청, 진로선택, 이성교제에 관여하려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자녀는 독립심을 키울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평생 부모에 의존해 살려는 태도를 갖게 된다고 한다. ◆ 무책임한 성인들='어른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책임한 태도다. 이들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삶에 대해 초지일관 책임지기 싫어한다. 힘든 일은 무조건 기피하고 직장인이 돼서도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한 부담을 못견뎌 한다. 매사 보호받기만을 바랄 뿐 남을 보호하는 일을 거부하다 보니 설사 학창시절 공부를 잘 했어도 사회생활에선 부적응자로 전락하기 쉽다. 권준수 교수는 "부모는 자녀를 끝까지 돌볼 수 없는 존재며, 언젠가는 스스로 자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인간의 숙명이란 사실을 부모.자녀 모두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독립적 성인이 되려면=책임 있는 성인으로 키우려면 성장하면서 시기별로 필요한 과제에 대해 싫더라도 목적의식을 갖고 노력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 부모는 어린 자녀가 혼자 하다 겪는 시행착오에 대해 못마땅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특히 일상생활, 친구 관계에서 자녀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초래된 결과에 대해선 부모가 대신 해결해 주지 말아야 한다. 어릴 때부터 어른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유숙 교수는 "부모는 궂은 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딱한 존재가 아니라 독립된 삶을 누리면서 보람찬 인생을 사는 사람이란 개념을 자녀에게 심어주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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