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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올리기 작전?…머스크 "테슬라, 미국 최대기업 될 것"

중앙일보

입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배터리데이에 참석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배터리데이에 참석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애플을 앞지르며 미국 최대 기업이 될 것이란 일론 머스크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자유낙하 중이다.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과의 격차는 더 커졌다.

머스크는 2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가 최대 기업이 될 가능성이 0%보다 크다(〉 0%)고 생각한다”며 “아마도 몇 달 안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의 자신감과는 달리 애플과 테슬라의 시가총액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27일 기준 2조350억 달러(2302조원)다. 반면 테슬라의 시가총액 5939억 달러(672조원)이다. 애플 시총의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애플 제치겠다는 머스크의 희망은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26일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3.3% 내린 618.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10%나 내려갔다.

테슬라의 주가 약세에는 전기차 시장의 재편과 테슬라를 둘러싼 각종 악재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에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준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 15일 ‘파워데이’ 행사를 열고 2025년까지 전기 모빌리티 부문 선두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GM도 전기차 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각종 악재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중국 당국이 지난달 ‘예약 면담’(웨탄ㆍ豫談)을 진행해 중국 법규의 준수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군과 국영회사 임직원들에게 테슬라 차량에 대한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 시스템 오작동으로 의심되는 23건의 테슬라 차량 충돌사고에 대한 정밀 조사에 나섰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빨간 불이 켜졌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점유율은 69%로 1년 전(81%)보다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3위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 상승을 자신하는 머스크의 트윗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가 상승세를 부추기는 듯한 이런 발언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몇 달’ 안에 애플을 제칠 것이라고 한 트윗은 이후 삭제됐지만 사용자들 사이에 캡처된 화면은 공유되고 있다.

머스크의 트윗이 문제가 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18년 머스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지원을 받아 테슬라 주식을 주당 420달러에 사들여 비상장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트위터로 공개했고 당일 주가가 6%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사우디가 이를 부인하고 SEC는 제재에 나섰다.

2018년 머스크가 트윗에서 테슬라 생산량을 공개하자 SEC가 머스크의 트윗이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제재를 가했다. 당시 SEC는 머스크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한편 머스크가 트윗 등 SNS를 통해 기업 관련 특정 정보를 담은 메시지를 대중과 소통할 때는 회사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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