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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만 문제 아니다…코로나에 가려진 벤투호 무기력증

중앙일보

입력

대표팀이 A매치에서 시원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건 최근만의 현상이 아니다. [연합뉴스]

대표팀이 A매치에서 시원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건 최근만의 현상이 아니다. [연합뉴스]

통산 80번째 한일전을 0-3 참패로 망쳐버린 한국축구대표팀 앞에서는 첩첩산중이 기다리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과 최종예선을 통과해야 통산 10번째 월드컵 본선행 기록을 쓸 수 있다.

한국은 25일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A매치 평가전에서 전반 2골, 후반 1골을 내주며 0-3으로 졌다. 한국이 일본에게 세 골 차 패배를 당한 건 2011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A매치 평가전(0-3패) 이후 10년 만이다. 두 나라 통산전적은 한국이 여전히 우세한 가운데 42승23무15패로 간격이 좁혀졌다.

다가올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상대라는 점에서 일본전 결과가 중요했는데, 최악의 성적표를 건네 받았다. 일단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황희찬(라이프치히), 이재성(홀슈타인 킬), 황의조(보르도) 등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결장한 건 감안해야한다. 그렇다해도 주축 선수의 부상을 포함해 돌발 변수가 발생했을 때 전술적으로 위기상황을 극복할 ‘플랜B’가 아직까지 갖춰지지 않았다는 건 위험신호다.

더 큰 문제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의 부진이 최근에 발생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손흥민을 비롯해 실질적인 최정예 멤버가 총출동한 지난해 11월 유럽 원정 A매치 평가전에서도 속시원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에서도 4경기를 치른 현재 2승2무에 그치는데 한 두 수 아래 팀들과 묶인 대진을 감안할 때 만족하기 힘든 성적표다.

부임 직후 ‘전술과 선수 구성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서도 차일피일 미루던 벤투 감독이 뒤늦게 A매치 평가전마다 ‘변칙’과 ‘파격’을 잇달아 선보이는 것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한일전 전반에 선보인 미드필더 이강인(발렌시아)을 제로톱으로 기용하는 변칙은 우리 대표팀이 그간 선보인 전술적 뼈대와 완전히 다르다. 가장 견고한 전술로 맞부딪쳐야 할 승부에 가장 어색한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월드컵 본선행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팀을 재정비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게 벤투호의 고민이다. 6월 홈에서 2차예선을 통과하더라도 최종예선까지 A매치 평가전을 치를 기회는 제한적이다. 최종예선이 홈&어웨이 대신 2차예선처럼 모든 팀이 한 곳에 모여 치르는 방식으로 바뀔 경우, 부진하더라도 팀을 수습할 계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가려져 있던 벤투호의 무기력증을 하루 빨리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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