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방역 앞섰지만 백신 느린 韓…경제적 곤경 빠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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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병원에서 김연수 서울대학교 병원장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병원에서 김연수 서울대학교 병원장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코로나19 초기 대응에서 선전한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백신 접종에선 뒤처지면서 경제 회복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거리두기 장기화에 소비 회복은 느리고, 백신 접종률에서 앞서가는 미국과의 '정책 시차'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WSJ은 24일(현지시간) '백신 접종이 더딘 아시아가 경제적 기회를 낭비했다'(Slow-Vaccinating Asia Is Squandering Its Economic Advantages)'는 제목의 기사에서 초기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아시아 국가들이 백신 출시 이후 집단면역 경쟁에선 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률은 미국이 38.34명, 유럽연합(EU)이 13.59명을 기록한 데 비해 중국은 5.76명을 기록했다. 한국·일본은 이보다 낮은 인구 100명당 1.38명·0.55명이 각각 접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이 빚어진 데 대해 WSJ은 코로나19 사망률이 낮고 경제적 피해가 크지 않았던 이들 국가에 백신 접종은 급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백신 개발과 제조에 관심을 기울인 국가들과 달리 발전된 아시아 국가들은 백신 수입을 선택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결국은 이런 선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단면역에 이른 나라들에 비해 사회적 거리두기나 격리 조치를 완화하기 어려워 결국 경제적 부담도 더 받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WSJ은 한국을 '경제적 어려움(economic pitfalls)에 빠질 수 있는 사례'로 지목했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말과 2020년 말 사이 1.2% 감소했다. 코로나10 대유행 상황에서도 예년 수준으로 선방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수출이 1.2% 증가한 데 따른 착시 효과라는 게 WSJ의 지적이다. 실제 같은 기간 한국의 민간 소비는 6.5% 감소해 미국(-3.4%)보다 더 악화했다는 것이다. WSJ은 현재의 접종 속도로 볼 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올 하반기, 잠재적으로는 그 이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와 여행금지를 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백신 접종 지연으로 겪을 수 있는 또다른 위험으로 지목된 건 자본 유출이다. 미국 등 서구 선진국들이 백신 접종으로 경제회복이 빨라져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경우다. 이 경우 미국 등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등에 나설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회복도가 낮은 국가들의 경우 금리정책 기조 전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때문에 자칫 금리 차가 벌어질 경우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고, 달러 표시 부채가 여러 아시아 국가의 경제적 피해도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에서 WSJ는 "2020년의 모범국이었던 아시아 국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서구 국가들을 부러워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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