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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까진 336일, 10만은 94일…국내 확진자 가파르게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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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일 0시 기준 488명 발생한 가운데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줄 서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일 0시 기준 488명 발생한 가운데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줄 서 있다. 뉴스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5일 0시 기준 1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430일 만이다. 지난해 12월 21일만 해도 5만명을 조금 넘던 누적 확진자 수는 석 달(94일) 만에 2배가량으로 불었다. 5만명에 도달하기까지 336일이 걸린 것을 고려하면, 가파른 속도다. K 방역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정리했다.

첫 환자 발생 430일 만에 누적 10만 #인구 10만명당 발생자 수 193명 #일본 362, 미국 8924, 영국 6336명 #백신 첫 접종은 늦어 세계 105번째

① 초기 통제 부족…입국자 관리 강화했어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지적한 부분은 국내 코로나19 발생 초기 입국자 통제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거주하던 35세 중국인 여성이 여행차 한국에 왔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지난해 1월 20일. 하지만 방역 당국이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건 다음 달 4일이었다. 당시 중국에선 이미 누적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425명이 나온 상황이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 후베이성에 대해서만 입국을 제한할 게 아니라 대만이나 뉴질랜드처럼 중국 전체에 대한 입국 통제가 필요했다”며 “규제를 강하게 했던 대만과 뉴질랜드는 지금도 코로나19 피해 규모가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② 재빠른 PCR 검사 체제 마련은 K 방역 1등 공신

하지만 초기 대응에서 전문가들이 이견 없이 K 방역의 ‘1등 공신’이라고 손꼽은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19 진단 시스템이다. 코로나19 이후 실시간 PCR(유전자증폭) 검사가 가능해졌다. 정확도는 98%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에서 PCR 검사 키트가 개발되자 진단 시약의 긴급 사용 승인을 추진했다. 80일 정도 걸리는 승인 기간을 7일로 단축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진단 키트를 신속히 개발하고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의료기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한 점은 진단검사 역량이 키워질 수 있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③ 원칙 무너진 거리두기 완화 아쉬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2일 현재 적용중인 거리두기 단계인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를 오는 15일 0시부터 28일 밤 12시까지 2주간 유지한다고 밝혔다. 뉴스1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2일 현재 적용중인 거리두기 단계인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를 오는 15일 0시부터 28일 밤 12시까지 2주간 유지한다고 밝혔다. 뉴스1

원리 원칙이 무너진 정부의 거리두기 조정은 현재 누적 10만명의 확진자를 만든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9월 14일 수도권 거리두기는 2.5단계에서 2단계로 낮아졌는데 당시 열흘 이상 100명대 확진자를 유지하고 있었다. 2단계 완화 요건은 신규 확진자 50명~100명 미만이었다. 이후 3차 대유행이 시작됐던 지난해 12월 8일에도 전문가들은 3단계 격상 기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방역 당국은 2.5단계로 올리는 것에 그쳤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2월 초 신규 확진자 수가 800명대를 웃돌 때 3단계로 격상시키지 않았던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④ 12월 요양병원 집단 감염…병상 부족 실책

정부의 또 다른 실책 중 하나는 지난해 12월 발생했던 병상 부족 문제다. 당시 12월 한 달간 요양병원 14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996명이 감염됐고, 이 중 99명이 숨졌다. 사망률은 9.94%로 코로나19 전체 치명률(1.53%)의 6.5배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 환자를 돌볼 병상 부족 문제는 심각했다. 12월 중순에는 집에서 대기 중인 환자가 500여명에 달했다. 병상 배정을 기리다가 숨진 사례도 9건 발생했다. 김우주 교수는 “중환자 병상이 부족했던 건 정부의 큰 실책”이라며 “가장 안타까운 순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동현 교수는 “그래도 당시 사건으로 인해 현재는 중환자실이 많이 늘어 여유 병상이 있다”며 “위기를 통해 문제가 해소된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⑤ 한국의 현재 방역 성적 비교적 높은 축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의 방역 점수를 매긴다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높은 축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단적인 사례로 24일 기준 인구 10만명 당 확진자 수를 살펴보면 한국은 193명인데 ▶일본은 362명 ▶아랍에미리트 4467명 ▶미국 8924명 ▶영국 6336명 ▶프랑스 6474명 ▶이스라엘 9518명이다. 베트남(2.65명)이나 태국(40.51명) 등 일부 아시아권은 한국보다 10만명 당 확진자 수가 적다. 치명률의 경우도 한국은 1.71%로 2%를 넘어가는 프랑스, 영국, 스페인을 비롯해 미국(1.82%), 일본(1.94%)보다 낮다.

⑥ 백신ㆍ변이 바이러스 대응이 관건

백신 접종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백신 접종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확보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26일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진 한국은 전 세계 중 105번째로 접종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의 경우 1회 이상 접종자 비율이 23일 기준 57.3%인데 반해 한국은 1.35% 정도다. 정 교수는 “현재 한국의 방역 수준이 매우 좋은데 역설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2020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우 많이 나온 대신 감염으로 인해 인구의 4분의 1 정도가 면역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은 확진자 숫자가 적은 만큼 감염으로 인해 면역을 형성한 숫자가 적다. 역설적으로 접종률이 더 높아야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 문제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변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늘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게 무서운데 한국도 변이 바이러스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방역 성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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