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2년간 부품값 담합, 현대차·기아도 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 4곳이 10년 넘게 담합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품 협력사 4곳 과징금 824억 #문짝 고무제품 과점해 나눠먹기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차와 기아가 실시한 자동차 부품 구매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투찰가격을담합한 화승알앤에이·DRB동일·아이아·유일고무 등 4개 자동차 부품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24억3900만원을 부과했다고 24일 밝혔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 2조원 규모의 글래스런·웨더스트립 구매 입찰 건에서 짬짜미한 혐의다. 글래스런·웨더스트립은 차량 문짝의 둘레에 붙어 있는 고무 제품으로 외부 소음과 빗물의 차내 유입을 막아 준다. 국내에서 이 부품을 생산하는 곳은 이번에 적발된 4개 회사가 사실상 전부다.

이들 업체는 입찰이 붙을 때마다 ‘몰아주기’를 했다. 신차가 나오면 기존 모델에 납품하던 업체를 낙찰 예정자로 결정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예를 들어 현대차 그랜저 IG 신차가 나오면 기존 그랜저 HG에 글래스런을 납품하던 DRB동일에 몰아주는 식이다. 기존에 없던 완전 신차(펠리세이드·셀토스)가 나올 땐 별도로 합의해 낙찰자를 결정했다.

담합은 식은 죽 먹기였다. 담합 결과 99건의 입찰 중 81건(약 81%)에서 사전에 정한대로 낙찰됐다. 예상치 못한 경쟁사의 저가 투찰이나 단순 실수를 제외하곤 4개사가 입찰을 싹쓸이했다. 발주처이자 계약상 ‘갑’인 현대차·기아조차 손을 쓸 수 없었다. 전상훈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1차 피해자는 현대차·기아지만 결국 담합에 따른 피해는 소비자가 보는 구조”라며 “전방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중간재 시장의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