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인권,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처음 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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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에 처음으로 국군 포로와 그 후손들에 대한 인권 탄압 문제가 적시됐다.

포로와 후손들 강제 노동 시달려 #인권단체 “문 정부선 외면해 와” #정부, 공동제안국 3년 연속 불참 #작년 결의안엔 납북자 문제 적시

23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 예정인 결의안에는 “송환되지 않은 북한 내 전쟁포로(국군 포로) 및 그 후손들이 지속적인 인권 침해에 시달리는 데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결의안에 납북자 문제가 포함된 데 이어 올해 국군 포로 문제까지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로 언급된 것이다.

결의안엔 국군 포로 문제 등 북한 인권 탄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노력과 함께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 인근에서 과도한 무력 행위를 일삼는 북한의 행태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지난해 있었던 북한군의 한국 공무원 피살사건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지난달 발표한 국군 포로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국군 포로뿐 아니라 그 후손에게도 광산 노동을 강제하고 있다. 2014년 작성된 유엔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최소 5만여 명의 국군 포로가 북한에 잔류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애나 호사니악 부국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결의안엔 서울 유엔 현장사무소의 인력을 확대해 추가 조치를 강구하는 등의 후속 조치도 담겼다”고 밝혔다. 호사니악 부국장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과 남북대화를 위해 국군 포로 문제를 외면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3년 연속으로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2008~2018년 11년 연속으로 공동제안국에 참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불참 배경에 대해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장을 정했다”고만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남북관계의 특수성 측면에서 ‘인도주의 협력이 더 실질적인 북한 인권의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인권 문제는 인권 문제대로 거론하면서 인도주의 협력은 나름대로 진행하고 관계 개선은 관계 개선대로 진척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 6월 인권이사회를 탈퇴했던 미국은 올해 공동제안국으로 복귀했다.

바이든 정부는 인권 문제를 대북 정책의 중심축에 놓겠다고 이미 공언한 상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8일 한·미 외교·국방(2+2) 장관 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북 정책의 목표를 설명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미국과 동맹에 가하는 위협 축소와 함께 “모든 한국인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국인은 억압적 정부에 의해 자행되는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 유린 때문에 계속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장관의 발언과는 달리 바이든 정부는 인권 문제와 관련, ‘선택적 기반(selective basis)’을 거부하고 있다. 인권은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에 국가별 상황과 관계없이 모든 국가가 동일한 인권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결의안 불참이 ‘인권 외면국’이란 비판과 함께 향후 대북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한·미 간 갈등 요인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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