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K 수사 흔들려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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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의 SK 비자금 수사 결과가 정치권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만큼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연루 혐의 등과 관련해 어제 재신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결과 崔씨는 SK 측으로부터 10억원 안팎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통합신당의 이상수 의원과 한나라당의 최돈웅 의원도 지난 대선 때 수십억원에서 1백억원가량을 각각 전달받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어제 검찰에 출두하도록 요구받은 최돈웅 의원이 이에 불응하는 등 당사자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수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언한 마당이어서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로선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검찰이 위축돼선 안 된다. 사건 수사 결과를 덮거나 축소하려 해선 더더욱 안 될 일이다. 그럴 경우 모처럼 쌓아가고 있는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고, 또다시 '정치 검찰'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따라서 검찰은 崔씨뿐 아니라 이미 드러난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그것은 비리 척결뿐 아니라 대통령의 원만한 국정 수행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일이다.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경우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지 않은가.

이번 사건의 진상을 신속하고도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하기 위해선 검찰의 출두 요구를 받은 정치인들도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최돈웅.이상수 의원은 자신들의 입장이 정말 떳떳하다면 "돈을 받은 적이 없다"거나 "전액 영수증 처리했다"고 변명만 할 게 아니라 당당하게 검찰에 나가 해명하는 게 옳다.

이번 사건 처리는 향후 검찰의 위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그런 만큼 수사팀은 흔들림 없는 수사만이 검찰을 살리는 길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