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사건’ 기소 밀어붙였던 한동수 “어렵지만 할 일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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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오종택 기자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오종택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불기소 결론이 난 다음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할 일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감찰부장은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과 함께 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 감찰부장은 20일 페이스북에 “철옹성 앞에 선 듯한 답답함으로 잠이 들었다가 이른 아침 산에 오르는데 봄비가 내린다”며 “변하지 않고 영원할 것 같지만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어떠한 폭력 앞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진심은 차별 없이 지켜져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가슴에 새긴다”며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할 일을 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산에서 내려온다”고 덧붙였다.

전날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을 포함한 대검찰청 부장‧고검장들 14명은 마라톤 심의 끝에 10대 2의 압도적 차이로 수사팀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 결론을 내렸다. 기소 의견에 표를 던진 2명에 한 감찰부장이 포함되어 있으며 친정부 성향 대검 부장 2명은 기권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 감찰부장은 “어제 회의를 마치고 참석자들 모두 회의 결과를 외부에 누출하지 않기로 보안 각서를 쓰자는 말까지 들었다”며 “감찰팀에게도 결과를 말하지 못하고 퇴근했는데 회의 종료 10분 만에 회의 내용과 결과가 특정 언론에 보도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감찰부장으로서 고위 검찰 공무원 회의에서도 법과 규정이 준수되지 않는 상황을 목도하고 보니 국민께 검찰 직무의 바탕이 공정과 정의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지 참으로 민망하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수사팀이 당시 위증을 종용했다는 내용의 진정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조 대행은 지난 5일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한 감찰부장은 “합리적 의사 결정 과정이 아니었다”며 반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7일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한 감찰부장 등의 의견을 듣고 기소 가능성 등을 다시 심의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한명숙 뇌물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13대 0으로 유죄가 인정됐다”며 “10년 전 사건을 뒤집어 보겠다고 사기죄로 징역 2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재소자 진술만을 근거로 온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직권남용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박 장관은 책임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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