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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부인 '지분 쪼개기' 용인 땅···"기획부동산에 물린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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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울산시장 부인 홍모씨가 2009년 사들인 경기도 용인 처인구 양지면 평창리 땅 근방. 해당 지번은 산이라 쉽게 찾을 수 없다. 용인=채혜선 기자

송철호 울산시장 부인 홍모씨가 2009년 사들인 경기도 용인 처인구 양지면 평창리 땅 근방. 해당 지번은 산이라 쉽게 찾을 수 없다. 용인=채혜선 기자

“2000년대에 사람 가득 실은 관광버스가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산 보러 다니곤 했지. 부동산 회사들이 사람들 잔뜩 데려와서 산 보여주곤 했었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평창리 일대 저수지에서 20년 넘게 낚시터를 운영해온 50대 사장 A씨의 말이다. A씨는 18일 “2000년대 초반부터 이 근방은 기획부동산 업체들로 시끄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자기 땅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기획부동산을 통해 땅을 사다 보니 그 산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일이 종종 있었다”라고도 했다.

송철호 울산시장 부인이 12년 전 산 땅 가보니…  

송철호 울산시장 부인 홍모씨가 2009년 사들인 땅 근방. 용인=채혜선 기자

송철호 울산시장 부인 홍모씨가 2009년 사들인 땅 근방. 용인=채혜선 기자

울산시에 따르면 송철호 울산시장 부인 홍모(68)씨는 2009년 7월 이 일대 임야 일부를 5920만원에 샀다. 부동산중개업체가 홍씨 등 91명에게 땅을 판매했다. ‘지분 쪼개기’가 의심되는 수법이다. 부동산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2년 뒤 필지가 9개로 나뉘었고 그 가운데 하나를 홍씨 등 10명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홍씨 지분은 전체 3504㎡ 중 393㎡(약 118평)다.

홍씨의 지분이 있는 임야는 기자가 들른 낚시터와 수백m 거리에 있었다. 낚시터 사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그저 평범한 산이었다. 일반인의 눈으로 필지와 지분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용인시 측에 문의했더니 “해당 필지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근 주민들은 평창리 일대 산은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거래세 개입한 땅이라고 단언했다. 투기 또는 투자를 노린 거래라는 얘기다. 홍씨가 가진 땅 인근에 사는 80대 주민은 “이 일대 산들은 보통 기획부동산을 통해 여러 명이 사들여 쪼갠 땅들로 소문이 파다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야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살지만,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맞물려 씁쓸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에 물려 사기당한 듯” 

송철호 울산시장. 뉴스1

송철호 울산시장. 뉴스1

부동산 업체를 끼고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땅을 구매했다면 개발 이익을 노린 투기로 보는 게 부동산 업계의 정설이다. 양지면에서 공인중개사를 20년 넘게 해왔다는 유모씨는 “당시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평창리 주변에 전원주택 단지나 도로가 생긴다면서 주부 등을 많이 유인하던 때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씨는 “기획부동산 업체의 배만 불린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이 개발된다는 소리를 듣고 샀겠지만, 토지 활용도가 낮은 맹지를 잘 알아보지도 않고 샀으니 사기를 당한 것”이라면서 “당시 들어왔던 기획부동산 업체들은 땅을 팔고 난 후 대부분 폐업했다”고 말했다. 홍씨가 산 땅의 인근 주민도 “당시 동호회 등에서 기획부동산을 통해 알음알음 이 주변 산을 샀었다”며 “서울·울산 등 전국에서 여기를 잘 알지도 못하고 샀으니 우리끼리는 ‘기획부동산에 물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평창리 인근 처인구 원삼면에 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를 세우기로 하는 등 개발 호재가 생기면서 주민들의 기대치도 높아진 상태였다. 양지면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한 주민은 “우리끼리는 근방 어디라도 땅을 사뒀어야 한다고 아쉬워하고 있다”며 “시세가 몇 년 전보다는 올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송 시장 측은 개발 이익을 노린 투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배우자가 간호학과 교수 시절 제자의 권유로 산 것”이라면서다. 송 시장은 2009년 당시 정계를 은퇴하고 울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2011년 정계에 복귀해 2018년 울산시장에 당선됐다. 송 시장 측은 논란이 불거진 해당 땅을 최대한 서둘러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송 시장은 “결과가 어찌 됐든 온 국민이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공분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죄송하다”며 “정계에 다시 입문하면서 이 땅을 여러 차례 팔려고 했지만 팔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용인·울산=채혜선·백경서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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