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호소인 3인방' 쏙 빠진 박영선의 사과…野 "더불어가해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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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후보는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의원들이 직접 저에게 사과하도록 따끔하게 혼내달라. 또한 피해호소인이라 한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인 A씨는 1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에 대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반응은 A씨가 입장을 밝힌 10시간가량 뒤에 나왔다. 박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회견에 제 이름이 언급됐다. 맞다. 제가 후보다. 제가 진심으로 또 사과드리고 용서도 받고 싶다”고 적었다. ‘피해호소인’ 명명 의원들의 사과와 징계를 요구한 A씨 발언에 대한 대답은 없었다.

野 “더불어가해당 후보 사퇴하라”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파고들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피해자는 피소 사실을 유출한 남인순 의원에 대한 정치적 책임과 박영선 후보에 대한 진실한 사과를 요구하고, 피해호소인을 주장한 의원들의 캠프 퇴출을 요구한다”며 “민주당은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박 후보가 밤늦게 사과문을 냈지만, 여전히 민주당 인사들의 가해성 발언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A씨가 실명을 밝히며 사과를 요구한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현재 박 후보 캠프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다. A씨를 ‘피해호소인’으로 명명한 의원으로 지목된 진선미 의원 역시 공동선대본부장, 고민정 의원은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다. 이들은 A씨의 기자회견 뒤 현재까지 관련 언급을 삼가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박 후보는 피해호소인을 언급하며 2차 가해를 한 3인방에게 아예 이번 선거를 맡긴 상황”이라며 “이쯤 되면 박 후보의 사과 자체가 2차 가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후보가 이제는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하면서 가해의 중심에 섰다”며 “‘더불어가해당’ 서울시장 후보는 양심이 있다면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박영선 캠프’가 아닌 ‘박원순 캠프’”라고 꼬집었다.

윤희숙 “3인방 설치는 것은 야당 돕는 것”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의 성추행과 관련해 자신의 20대 조카와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윤 의원은 “29살 조카에게 ‘60대 직장 상사가 속옷 차림 사진을 보내오면 어떨 것 같니’라고 물었을 때 아이가 보이는 날 것의 증오에 제가 더 놀랐다”며 “평소 얌전하고 자기 일에만 빠져 있는 제 조카는 치를 떨며 ‘죽여버리고 싶을 것 같아요’라고 외쳤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피해호소인 3인방, 피해자의 호소를 정치공작으로 모는 의원들이 설치는 것은 사실 야당을 크게 돕는 것”이라며 “그러나 청년에게 길을 보여줘야 할 기성세대로서 안타까움을 누를 수 없어 묻는다. 박 후보는 우리 청년들에게 도대체 무슨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거냐”라고 적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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