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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관 “LH로 국민 피곤한데…” 오전 朴수사지휘 입장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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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검찰총장(직무대행)을 상대로 역대 네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 수사팀이었던 전·현직 검사들이 재소자들에게 위증을 사주했다는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대검찰청이 최근 무혐의 종결하자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박 장관 수사지휘에 대해 "18일 오전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주변 인사에 밝혔다고 한다.

총장 대행 “LH 투기로 국민들 피곤한데 #10년전 사건까지 신경쓰게 해선 안 돼, #수사과정 부적절 측면이 없진 않지만 #혐의 유무와는 다른 차원의 성격”

검찰이 결론을 내린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기소 가능성을 다시 살펴보라"며 수사 지휘를 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검찰 안팎에서 "검찰의 독립성을 파괴하는 박 장관의 직권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범계 "대검 부장회의서 재논의하되 한동수·임은정 의견 들어라"

박 장관은 이날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개최해 (한 전 총리 재판에서 허위증언을 했다고 지목된 재소자) 김모씨의 혐의 유무와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기 바란다"며 "이 회의에서 (한동수) 감찰부장, (허정수) 감찰3과장, 임은정 검사로부터 사안 설명과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한 토론 과정을 거치기 바란다"고 명령했다.

대검이 사건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분하는 과정에서 비합리적 의사 결정이 있었다는 게 박 장관의 판단이다. 박 장관은 "그동안 사건 조사를 담당해 온 한동수 감찰부장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최종 판단에서 배제됐다"며 지난 5일 대검의 불기소 처분을 사실상 뒤집어야 한다는 취지의 수사지휘를 내렸다.

박 장관은 특히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재소자 김씨의 2011년 3월 23일 자 법정 증언 내용의 허위성과 위증 혐의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라고 주문했다. 김씨가 그 이전에 한 법정 증언 내용까지 함께 ‘포괄일죄’로 볼 수 있는지도 따져보라고 했다. 박 장관은 회의 결과를 토대로 "오는 22일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김씨에 대한 입건과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수사 지휘했다.

박 장관이 시한까지 정한 것은 그 이후에는 공소시효(10년)가 지나 김씨의 모해위증과 검사의 모해위증교사 혐의를 기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김씨가 2011년 3월 23일 이전 증언이 한 전 총리의 유죄 판결에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시각도 있다. 결론이 뒤집혀도 기소는 이미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수사지휘권에 대한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뒤는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 이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검찰청이 불기소 처분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취임 후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뉴스1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수사지휘권에 대한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뒤는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 이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검찰청이 불기소 처분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취임 후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뉴스1

고심하는 조남관 총장 대행 "LH 문제로 국민들 피곤한데…"

조남관 총장 대행은 박 장관의 수사지휘와 관련 모해위증 혐의 기소에는 부정적인 입장이 확고하다는 뜻을 주변에 밝혔다. 장관의 수사 지휘에 따라 부장회의 논의를 거쳐도 사건 처분에 대한 최종 결정은 조 대행이 하게 된다. 부장회의에서 기소 결정을 내려도 조 대행이 불기소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조 대행은 18일 오전 입장을 내놓을 방침이다. 조 대행은 "국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문제만으로 피곤한데 10년 전 사건까지 신경 쓰게 해선 안 된다"고 주변 인사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재 시각으로 볼때 당시 검찰 수사과정에서 부적절한 측면이 없진 않지만 혐의 유무와는 다른 차원의 성격"이라며 "너무 큰 분란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것을 열어놓고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혜롭게 해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 박 장관의 이날 수사지휘가 사실상 '기소 지휘'라고 본다. 대검 부장회의 구성원이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이종근 형사부장과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과 한동수 감찰부장 등이기 때문이다. 한 검찰 간부는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총장 직무대행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검찰총장 직무대행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브리핑에 나선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대검 부장들 모두 나름 자기 양심껏 가치 중립적 판단을 하리라 믿는다"며 "장관 입장에서는 기소하라, 말라는 취지가 아니라 다시 한번 판단하고, 부장회의를 통해 조 대행이 잘 결정하길 바란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박 장관이 직권남용으로 수사와 처벌받을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게 좋겠다"며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사건은 2015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징계시효 끝났다"면서도 위법 수사 관행 감찰도 지시

이와 별개로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당시에 벌어진 수사 관행에 대한 감찰도 지시했다. 박 장관은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가 합동해 이 사건에서 드러난 위법·부당한 수사절차와 관행에 대해 특별점검하고 그 결과와 개선방안을 신속히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전했다.

수사팀이 한 전 총리에 불리한 재판 증언을 하도록 당시 불법 정치자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재소자들에게 "당신의 재심을 도와주겠다", "별건 내사사건을 봤는데 내용이 심각하다" 등 회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해서다.

류 감찰관은 브리핑에서 '10년 전 사건인데 검사들에 대한 징계·감찰 시효가 남아있느냐'는 질의에 "3년이란 징계시효가 도과된 사건이긴 하다"면서도 "그래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확인된다면 장관이 주의나 경고는 가능하다고 관련법에 돼 있다"고 답했다.

[그래픽]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일지. 연합뉴스

[그래픽]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일지. 연합뉴스

한명숙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한 전 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지난해 4월 한만호씨 동료 재소자 H씨의 폭로로 불거졌다. 그는 당시 수사팀이 한 전 대표의 구치소 동료 재소자들을 사주해 한 전 총리에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압박했다는 진정을 법무부에 냈다. 검찰의 위증 교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대검은 지난 5일 "한 전 총리의 재판과 관련해 증인 2명과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사건은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검 감찰부 소속 임 연구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을 이 사건에서 배제한 뒤 미리 정해진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반발했다.

강광우·정유진·김민중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모해위증 의혹은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07년 건설사 한신건영의 고(故) 한만호 대표로부터 총 3차례에 걸쳐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사건. 대법원이 2015년 징역 2년형에 추징금 8억8300만원을 확정했다.

☞한명숙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한 전 총리 수사팀이 불법 정치자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대표(2018년 사망)가 1심 공판에서 자백을 번복하자 구치소 동료 재소자들을 사주해 재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압박했다는 의혹. 지난해 4월 재소자 H씨의 폭로가 나오자 수사팀은 "명백한 허위주장"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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