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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땐 주식, 중년엔 채권…TDF 가입 전 '글라이드패스' 살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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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어두고 잊어라(Don`t look)."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이 제시한 노후준비 철학이다. 은퇴 자금을 모을 때 중간에 찾아 쓰지 말고, '없는 돈'으로 여겨야 한다는 얘기다.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럴 땐 노후 대비용 상품에 투자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타깃데이트펀드(TDF)가 대표적이다. 날짜를 겨냥한 펀드란 뜻인데, 여기서 날짜는 은퇴 시점이다. 투자자의 예상 은퇴 시점을 기준 삼아 자산운용사가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준다. 생애주기(라이프사이클) 펀드로도 불린다. 퇴직연금의 '디폴트 옵션(사전 지정 운용 제도)' 도입 논의가 진행되며, 퇴직연금의 안정성 보완을 위한 방안으로도 TDF가 주목받고 있다.

은퇴 후 노후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셔터스톡

은퇴 후 노후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셔터스톡

올해 6300억 유입, 총 설정액 4조3000억원

은퇴 후를 고민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TDF 시장엔 돈이 꾸준히 몰린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6년 말 756억원이던 TDF 설정액 규모는 지난 16일 기준 4조2992억원으로 불어났다. 4년 3개월 만에 몸집이 60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 6306억원이 유입됐다.

그러나 예비 투자자에겐 여전히 생소한 상품이다. TDF를 관통하는 핵심 원리는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그리는 경로를 뜻하는데,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젊을 때는 주식 비중을 높이고, 은퇴가 가까워지면 주식 비중을 낮춰 운용하는 자산배분 방식이다.

예컨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는 주식 비중이 최대 80%에서 시작해서 20%까지 낮아진다. KB자산운용의 경우 미국 TDF 1위 운용사인 뱅가드의 글라이드 패스 모델에 따라 자산 배분을 조정한다.

상품 개념을 이해했다면 목표 시점을 정하는 게 우선이다. 펀드 이름에 붙은 2030, 2045 등의 숫자가 목표 연도다. 2040년에 은퇴할 예정이면 TDF 2040에 가입하면 된다. 나이와 은퇴 시점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목돈이 필요한 시점을 목표로 잡아도 된다. 투자 성향이 공격적이라면 목표 시점이 먼 2045, 2050 상품을 택해도 된다. 목표 시점이 만기를 의미하진 않는다. 투자자가 매도하기 전까지 운용된다.

몸집 커지는 국내 TDF 시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몸집 커지는 국내 TDF 시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단순 수익률만 보고 투자해선 안 돼"

그다음은 상품 선택이다. 대개 투자자는 각 운용사가 내놓은 상품 수익률만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하지만 수익률엔 착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KB온국민 TDF2035'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0.58%로, '미래에셋전략배분 TDF2035'(14.01%)보다 수익률이 낮다. 반면 'KB온국민 TDF2050'(18.03%) 수익률은 '미래에셋전략배분 TDF2050'(10.03%)를 크게 앞지른다.

김영성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상무는 "같은 해를 목표 시점으로 둔 TDF라도 운용사마다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에 따라 수익률도 천차만별"이라며 "무조건 단순 수익률만 볼 것이 아니라 각 운용사의 글라이드 패스를 비교하고 TDF 시리즈 전반의 수익률을 함께 살펴본 뒤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했다.

보수(수수료)도 살펴야 한다. 운용사가 받는 수수료는 대개 적게는 0.4%, 많게는 1%대 초반이다. 하지만 해외 운용사의 펀드에 가입하는 재간접 형태의 TDF의 경우 수수료가 추가로 들어간다. 손수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마케팅2본부장은 "껍데기는 국내 운용사, 속은 해외 운용사의 펀드로 구성된 재간접 상품은 이중 보수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단기 수익률이 높다고 바로 돈을 빼는 것도 피해야 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생애 주기에 따라 자산을 조정하는 상품 특성상 TDF의 장점을 누리려면 목표 시점까지 길게 보고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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