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양향자, 박원순 피해자에 사과 "이번 선거 우리당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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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피해자에 대해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7일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사건 초기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다.

"피해호소인 표현 사용 내 잘못" #"민주당에 책임 있는 조치 요구"

양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통이 시작된 그 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떤 고통과 절망의 시간을 보내셨을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며 "저는 사건 초기 ‘피해 호소인’이라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에 동의했다. 저의 잘못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 정치인이기 전에 한 여성으로서 피해자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양 최고위원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저의 작은 사과가 피해자께서 안고 계실 절망 중 먼지 하니만큼의 무게라도 덜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는 "피해자께 죄송하고 저 스스로에게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재차 머리를 숙였다.

이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에 대해 양 최고위원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우리 민주당의 잘못으로 생긴 선거"라며 "책임도, 해결도 우리의 의무다. 피해자에 이뤄지고 있는 2차 가해 역시 우리 당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아울러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최고위원으로서 2차 가해에 대한 당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다"며 "우리 당 선출직 공직자부터 2차 가해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 달라. 저 역시도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양 최고위원은 "피해자께서 겪은 피해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며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정한 사실입니다. 사실에 도전하는 행위는 당이 먼저 나서서 엄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양 최고위원의 사과에 앞서 박 전 시장의 피해자는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심경을 밝혔다. 피해자는 "아직까지 피해 사실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께서 이제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그 화살을 저에게 돌리는 행위는 이제 멈춰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열리는 것과 관련해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많이 묻혔다"며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날 상처 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들어 후회가 덜한 쪽을 택하고 싶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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