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쌓였는데 남주긴 아깝다…美서 '계륵' 신세된 AZ백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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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위치한 제약사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 뉴욕타임스는 이곳에서 미리 생산된 수천만 회 분의 AZ 백신이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며 쌓여있다고 보도했다. [김필규 특파원]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위치한 제약사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 뉴욕타임스는 이곳에서 미리 생산된 수천만 회 분의 AZ 백신이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며 쌓여있다고 보도했다. [김필규 특파원]

지난달 본지 기자가 방문한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제약사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에선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 앤드 존슨(얀센)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이 한창이었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이 나기 전 미리 생산에 들어간 것이다.

승인 받기 전 수천 만 회 분 미리 생산 #AZ에서 다른 나라 수출 요청했지만 거절 #"5월까지 성인 접종 마치겠단 목표 때문" #이미 5억 회 분 확보한 상황…'독식' 논란

두 거대 제약회사로부터 생산 위탁을 받은 이 업체의 밥 크래머 대표는 당시 “보통 원료물질을 만들어 병에 넣기까지 몇 주가 걸리기 때문에 FDA의 승인이 떨어지는 즉시 대량으로 쏟아내기 위해 미리 생산을 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백신 재고가 지금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얀센 백신의 경우 지난달 말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 출시됐지만, 아직 승인 여부가 불투명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여전히 창고에 쌓여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에서 생산돼 마지막 병입 단계만 기다리고 있는 백신이 수천만 회 분이라고 보도했다. 오하이오주 웨스트 체스터에 있는 또 다른 아스트라제네카 생산시설의 경우, 이미 약병에까지 집어넣어 놓은 백신이 3000만 회 분량이라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미국 내에서 미리 생산된 코로나19 백신 수천만 회 분량을 다른 나라에 먼저 가져다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 정부가 거절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AFP=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미국 내에서 미리 생산된 코로나19 백신 수천만 회 분량을 다른 나라에 먼저 가져다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 정부가 거절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AFP=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일단 이 물량을 다른 나라에 가져가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한 국가는 모두 70곳이다. 귀한 백신을 놀리느니 브라질같이 코로나19 피해 규모가 치솟고 있는 나라에 먼저 주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다.

NYT는 백악관에 거절 이유를 물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5월 1일까지 미국 내 모든 성인에게 백신 접종을 마치겠다고 공언한 것과 무관치 않을 거라고 분석했다. 중간에 어느 백신이 갑자기 사고가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승인 안 난 백신 재고라도 쥐고 있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약간의 아스트라제네카 재고를 가지고 있으며, (FDA의) 승인이 나는 대로 미국인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전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일부 지역에서 뇌혈전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면서 프랑스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사용이 일시 중지됐다. 남서부 프랑스의 한 백신 접종센터에 "금일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안 함"이란 문구가 붙어있다.[AP=연합뉴스]

유럽 일부 지역에서 뇌혈전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면서 프랑스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사용이 일시 중지됐다. 남서부 프랑스의 한 백신 접종센터에 "금일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안 함"이란 문구가 붙어있다.[AP=연합뉴스]

문제는 그때가 언제가 될 것이냐는 점이다. 15일 미 보건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임상 자료 검토에 들어갔으며 한 달 안에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 유럽 일부 지역에서 보고된 뇌혈전 부작용 사례가 변수가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금 바이든 행정부가 화이자·모더나·얀센에 주문해 놓은 백신 물량은 총 5억 회 분이다. FDA의 승인을 받은 이들 세 회사의 백신만으로도 이미 미국 국민 수를 훌쩍 넘는 양을 확보한 것이다. 여기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주문량이 더해지면 6억5000만 회 분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혹시라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승인이 불발되면, 지금 창고에 쌓인 미국 내 물량에 대한 논란은 더 커질 것이라고 외신들을 전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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