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목욕’에 뚫린 방역망…사우나·유흥업소발 집단감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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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로 나온 진주시 상대동의 한 사우나 입구 모습. [뉴스1]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로 나온 진주시 상대동의 한 사우나 입구 모습. [뉴스1]

경남에서 사우나와 유흥업소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특히 이들 확진자 중 상당수가 목욕비를 한 달에서 수개월 단위로 미리 내는 일명 ‘달(月)목욕’ 이용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주시, 사우나 관련 확진자 189명 #경남도 “일부는 유흥업소 종사자 #최초 감염원 선후 관계 조사 중” #목욕업 종사자 코로나 전수조사

16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진주시 상대동 사우나 관련 확진자는 189명이다. 지난 9일 1명을 시작으로 10일 3명, 11일 41명, 12일 48명, 13일 40명, 14일 17명, 15일 22명, 16일 17명이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해당 사우나의 집단 감염은 지난 9일 해외 출국 전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한 확진자의 접촉자를 확인하면서 드러났다. 이 확진자의 접촉자 검사에서 가족과 지인 8명이 추가 확진됐다. 이 중 3명이 해당 사우나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명 중 1명은 오한과 기침 등 코로나 의심 증세에도 지난 3일부터 8일 사이 사우나를 정기적으로 찾았다는 것이 경남도 설명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이 확진자가 지난 5일 의심증상이 있었음에도 엿새 동안 매일 사우나를 이용했다”며 “이로 인해 집단감염으로 이어졌고, 경남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가운데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목욕비를 한 달에서 수개월 단위로 미리 내는 달목욕 이용객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이용객이 진주 사우나 집단감염의 최초 감염원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이 사우나의 달목욕 이용객이 180여명(헬스회원 포함)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달목욕은 일정 기간의 목욕탕 이용 요금을 미리 내는 대신 할인을 받는 방식이다. 동네 목욕탕이나 사우나 등에서 달목욕을 하는 경우 자주 보면서 친분이 쌓이게 되고 이후 대화를 자주 하거나 가져간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감염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거제시에서는 지난 13일 한 목욕탕에서 세신사 A씨(여)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이후 14일에 A씨의 가족 1명과 목욕탕을 다녀왔던 3명이 추가로 확진됐고, 15일 29명과 16일 12명이 목욕탕과 유흥업소발 ‘N차 감염’으로 추가됐다. 총 46명이다.

경남도는 당초 목욕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이들 확진자를 목욕탕발 확진자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들 확진자 중 일부가 유흥업소 종사자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최초 감염원인이 목욕탕인지 아니면 유흥업소인지 감염 선후 관계를 조사 중이다. 특히 확진자 중 유흥업소 종사자가 ‘달목욕’을 이용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달목욕 이용자 등에 대해 전수조사도 벌였다. 이 목욕탕의 달목욕 회원은 150여명(헬스회원 포함) 정도로 전해졌다.

거제시는 확진된 유흥업소 종사자가 다른 유흥업소에서 일하면서 감염을 확산시켰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2월 26일부터 3월 14일 사이 지역 유흥주점, 노래연습장 등을 이용한 시민은 반드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경남도는 목욕탕발 감염을 막기 위해 17일부터 28일까지 도내 785개 목욕탕 관리자와 종사자 4100명에 대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하기로 했다. 문제가 된 ‘달목욕’과 관련해서는 신규 회원 모집을 금지하기로 했다. 또 탕 내 음료 섭취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탈의실 내 평상 사용 등도 모두 금지하도록 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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