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안보이는 암호화폐…국세청, 압류 어떻게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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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암호화폐로 숨긴 재산을 처음 강제징수하면서 그 방법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현물이 없는 무형자산인 암호화폐를 어떻게 압류했는지가 관심사다. 15일 국세청은 암호화폐를 이용해 재산을 빼돌린 고액체납자 2416명에 대해 366억원 상당 체납액을 현금과 채권을 통해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고액체납자들로부터 압류한 것은 정확히는 암호화폐가 아니라 암호화폐를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바꾸거나 이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권한'이다.

암호화폐 강제징수 사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암호화폐 강제징수 사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8년 대법원은 암호화폐 같은 가상자산도 “몰수 대상인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재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더 나아가 법원은 암호화폐 소유자가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바꾸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시키는 권한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채권으로 판단했다.

쉽게 말해 암호화폐를 실제 돈으로 바꿔서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현금이나 부동산 같은 유형자산처럼 재산 가치를 지닌다고 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등은 이 권리를 다른 자산들처럼 가압류 대상으로 몇 차례 인정한 적도 있다.

국세청도 이번 조사에서 고액세금체납자 암호화폐 현금 반환청구권을 압류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 권한을 압류하면 세금을 내지 않고서는 암호화폐를 돈으로 바꾸지 못하고 다른 거래소로도 이전이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암호화폐 자체를 압류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을 조만간 시행하면 암호화폐 법적 정의가 지금보다 더 명확해진다. 거래소들도 기존 금융회사 수준의 의무를 부과받게 돼, 불법재산 의심 거래를 보고하거나 신고해야 한다. 국세청 탈세 조사도 더 용이해지는 것이다.

해외 거래소는 파악 힘든 한계 

다만 이 같은 암호화폐 조사 및 압류는 국내 거래소에서만 한정된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규제 및 제도가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라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탈세 현황까지는 아직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국내 거래소를 대상으로 암호화폐를 이용한 탈세를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결국 앞으로 암호화폐와 관련해 국제 징세 공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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