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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수포자’에서 수학자가 됐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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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호 20면

이과형 두뇌 활용법

이과형 두뇌 활용법

이과형 두뇌 활용법
바버라 오클리 지음
김아림 옮김
문학동네

교수 등 수백 명 인터뷰 분석 #수학·과학 잘하는 법 탐구 #집중·분산모드 번갈아 활용 #수학개념 ‘덩어리’로 기억해야

수학·과학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학생들이 많다. 좀 더 쉽게 공부하는 방법은 없을까. 학원 문을 두드려 봐도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수학·과학이라면 진저리치는 ‘수포자’나 ‘과포자’가 이 책만 읽으면 단숨에 애호자로 바뀔 수 있다고 하니 눈이 번쩍 뜨였다. 『이과형 두뇌 활용법』은 수포자나 다름없었던 저자가 최고의 수학자, 과학자로 변모하기까지 자신의 힘든 경험담을 담았다.

이 책은 제한된 시간 내에 보다 깊게 그리고 보다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데 유용한 두뇌 사용 설명서다. 실전 경험을 통해 수학과 과학을 잘하게 된 많은 경험자가 주는 꿀팁들로 가득하다. 좌절과 고난을 겪지 않고 최대한 쉽게 이과 과목을 공부하게 해 준다.

먼저, 수학과 과학을 배우고 이 분야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집중모드와 분산모드 두 ‘근육’을 모두 단련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집중모드는 논리적이고 순차적이며 분석적인 접근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직접적인 방식이다. 분산모드는 고군분투 중인 문제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갑자기 제공해 주거나 큰 그림을 그리게 해 준다.

수학 머리가 따로 있지 않다. 공부법을 몰라서 수학을 못한다. 그리스 아테네의 한 청소년교정시설 수학교실의 화이트보드. [AP=연합뉴스]

수학 머리가 따로 있지 않다. 공부법을 몰라서 수학을 못한다. 그리스 아테네의 한 청소년교정시설 수학교실의 화이트보드. [AP=연합뉴스]

어떤 개념이나 문제를 처음 접하면 집중모드를 활용하는 게 좋다. 그러나 과제를 하거나 문제를 풀 때 처음 떠오른 아이디어에만 집중하다 보면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데 실패할 수도 있다. 아인슈텔룽(Einstellung) 효과라는 게 있다. 기존의 잘못된 접근법에 사로잡혀서 어떤 문제를 풀거나 개념을 이해하는 데 방해를 받아 꼼짝 못 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일단 집중모드에서 열심히 공부했다면 이제 분산모드의 차례다. 집중모드에서 분산모드로 전환하면 아인슈텔룽 효과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가끔은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는 걸 명심하자. 집중모드에서 열심히 해결하려고 애써도 안 풀리던 문제가 분산모드에 들어가면 갑자기 예상치도 못했던 답이 떠올라 ‘아하!’ 하며 무릎을 치게 되는 때를 우리는 종종 경험한다. 화가 살바도르 달리 역시 발명왕 에디슨과 마찬가지로 분산모드의 창의적인 관점에 들어서기 위해 낮잠을 이용했다고 한다. 머리를 식히는 산책도 분산모드를 켜는 데 도움이 된다.

수학·과학을 잘하려면 또 개념적인 ‘기억 덩어리’를 잘 형성해야 한다. 이 작업은 개별적인 정보 조각을 뜻이 통하게 결합하는 정신적인 도약이기 때문이다. 정보를 덩어리로 만들어 놓을 경우, 핵심개념만 잘 기억하면 자연스럽게 디테일이 떠오르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이다. 비유와 은유 활용, 시각 이미지로 구성, 기억의 궁전법, 암기용 문장이나 노래 만들기 등을 통해 머릿속에 기억 덩어리를 쉽게 구축할 수 있다.

우뇌와 좌뇌를 번갈아 가며 활용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우뇌는 현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고 전반적인 모순을 찾아내는 일종의 ‘악마의 대변인’이다. 좌뇌는 보다 조심스럽고 주의 깊은 활동과 연계된다. 순차적인 정보와 논리적인 사고를 다루는 데 좀 더 전문화돼 있다. 좌뇌와 우뇌 사이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면 각 두뇌의 독특한 관점과 능력을 모두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이 책은 또 시험 잘 보는 법을 소개한다. ‘어려운 문제에서 쉬운 문제로 넘어가기’ 기술이란 게 있다. 먼저 출제된 시험 문제들을 빠르게 훑어보고 가장 어려워 보이는 문제부터 손대 보는 것이다. 정 못 풀겠으면 빨리 손을 떼고 좀 쉬운 문제로 넘어간다. 비교적 쉬운 문제를 먼저 풀다 보면 분산모드의 도움으로 어려운 문제의 실마리를 의외로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시험 전날엔 내용 전체를 빠르게 죽 훑어본다. 밤을 새운다면 아무리 완벽하게 시험 준비를 했을지라도 머릿속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들다. 당일엔 집중모드와 분산모드 둘 다 필요하다.

저자의 경험에다 유명 교수들이나 이과생 수백 명을 인터뷰해서 발견한 온갖 비법을 모아 소개한 이 책은 고교생, 대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모든 연령대 독자를 위한 책이다. 교사나 교수 등 전문가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수학, 과학뿐 아니라 일반적인 과목의 학습법 또는 세상 사는 방법을 담고 있는 ‘공부학’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찬찬히 읽고 나면 공부와 삶이 모두 풍족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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