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62) 25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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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25시
조정제(1939∼ )
코로나 지옥이다 구치소에 갇혀 있다
화살 같던 시간이 죽치고 앉아 있다
시간아 너라도 나다니며 물어오게 봄소식
- 시조집 ‘파도 소리’(2021. 동경)

코로나 블루에 신경 써야 할 때

‘25시’는 루마니아 출신 작가 콘스탄틴 비르질 게오르규의 소설 제목이다. 작가는 말한다. “마지막 시간에서 한 시간이나 더 지난 시간. 인류의 모든 구제가 끝난 시간.”

시인은 말한다. 지옥이라고. 구치소에 갇혀 있는 수인(囚人)과도 같다고. 살처럼 빨리 날아가던 시간이 죽치고 앉아 있으니 나 대신 시간 너라도 나다니며 봄소식을 물어와 달라고 한다. 시인은 이런 상황을 한계 상황으로 보고, 불안과 절망의 시간으로 규정했다.

도처에서 “더 이상 못 견디겠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제 코로나19 방역과 함께 국민의 정신 건강에도 세심한 관심을 써야 하겠다. 코로나 블루를 견디지 못한 신종 정신질환자들이 늘어간다면 이는 새로운 사회 문제로 이중고가 될 것이다.

조정제 시인은 정통 해운인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60대 중반에 이르러 수필과 소설, 시조에 잇달아 등단하면서 작가로서의 제2의 인생을 꽃피우고 있다. 요즘 한국 문단에 생애 후반기에 작가 생활을 시작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 그분들은 젊은이들이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는 경험과 경륜의 세계를 펼쳐 우리 문학의 다양성에 기여하니 고마운 일이다. 조 시인은 자신의 신작들을 직접 영어로 번역해 함께 실어 세계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유자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