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하루 4000명 확진에도 강행한 '영국식 전면등교'…우리도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영국 정부는 학생들이 일 주일에 두 번씩 코로나19 테스트를 받게 해 8일부터 정상등교가 가능하도록 했다. 사진은 한 학생이 학교에서 신속 테스트를 받고 있는 모습. BBC

영국 정부는 학생들이 일 주일에 두 번씩 코로나19 테스트를 받게 해 8일부터 정상등교가 가능하도록 했다. 사진은 한 학생이 학교에서 신속 테스트를 받고 있는 모습. BBC

지난 8일 오전 영국 도시 곳곳에서는 교통 체증이 심했다. 학교에 가기 위해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학생이 많았기 때문이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런던의 도로 혼잡도는 53%로 일주일 전의 1.5배 수준이었다.

영국은 8일 초등학교(Primary school)와 중·고등학교(Secondary school) 대학교까지 모든 학교의 문을 다시 열었다. 영국 정부는 4단계에 걸쳐 6월까지 모든 사회적 봉쇄를 해제할 계획인데, 그 첫 단계가 이날 재개된 전면 등교다.

관련기사

앞서 1월 영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하루 확진자 수가 7만 명에 달하면서 봉쇄에 들어갔다. 두달여만에 교문을 다시 열었지만 확진자 수는 여전히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최근 영국의 일일 확진자 수는 4000명대로 우리의 10배다.

영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추이. 주황색 막대가 일일 확진자, 아래 붉은 막대가 일일 사망자 수다. 플로리쉬 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쳐

영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추이. 주황색 막대가 일일 확진자, 아래 붉은 막대가 일일 사망자 수다. 플로리쉬 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쳐

英 신속진단키트로 전원 검사, 백신 접종 힘입어 전면등교

영국이 감염이 이어지는 중에도 전면 등교를 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첫번째는 신속 진단 키트를 이용한 학생 전원 검사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신속 진단 키트 5700만여개를 중·고교와 대학에 배포했다. 면봉으로 코나 목 안쪽을 긁어 액체 튜브에 넣고, 이를 테스트지에 떨어뜨리면 20~30분 뒤 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영국 학생들은 앞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집에서 스스로 검사를 하게 된다. 이에 앞서 등교 2주간은 학교에서 간호사 등의 감독 하에 3번의 검사를 받는다. 집에서 혼자 검사하는 방법을 정확하게 익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면봉을 넣어 스스로 코로나19 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 테스트 방법. BBC

면봉을 넣어 스스로 코로나19 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 테스트 방법. BBC

국민 세 명 중 한 명 수준으로 백신 접종이 진전되고 있다는 점도 교문을 열 근거가 됐다. 8일 기준 영국의 백신 접종률은 34%를 넘어섰다. 미국(28%)이나 독일(9%)보다 높은 수준이다.

사회적으로 학습과 돌봄 공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도 전면 등교 결정의 이유였다. 앤 롱필드 아동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휴교 때문에 발생한 수업 시간 손실이 상당해 이를 만회하려면 전후 복구 수준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언론브리핑에서 등교 재개로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inevitable)"면서도 "학생들이 학교에 못 가는 게 더 큰 위험"이라고 했다. 제니 해리스 잉글랜드 부(副)수석 의료책임자도 “교육은 코로나19 만큼이나 공중 보건에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 "영국식 자가진단 인정못해"…대학은 선제검사 움직임

BBC 캡쳐

BBC 캡쳐

우리 정부는 이런 등교 방식을 아직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의 자가 진단 키트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나라마다 대응 방식이 다른데 우리는 사전에는 자가체크로 모니터링하고 증세가 있을 경우 유전자 증폭(PCR)검사를 받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질병청에서 스크린용으로 인정하는 신속 검사법 또한 의료인이 검체를 채취해야 하므로, 600만 명의 학생들을 매주 모두 검사하기 어렵고 정확도도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선제적인 검사를 통한 등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쉽고 빠른 검사를 도입해서 되도록 많은 학생이 대면 수업을 듣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서울대는 신속 PCR 진단 시약 등 9개 시약을 학내 양성자 선별 용도로 사용해도 될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검토를 요청했다. 연세대도 학부 대면 수업 전환을 위해 신속 PCR 검사를 도입할지 논의에 들어갔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