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은행 대출 연체율 소폭 상승…쌍용차 '법정관리'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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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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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은행 대출 연체율이 올해 들어 소폭 반등했다. 쌍용자동차가 빚을 갚지 못하고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영향이 연체율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1월말 대출 연체율 0.31% #8개월째 건전성 착시효과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31%로 전달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1월 중 신규 연체 빌생액(1조3000억원)은 전달보다 4000억원 늘고, 연체채권 정리 규모(5000억원)는 같은 기간 1조6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대출 연체율은 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한 달 이상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한 비율을 의미한다.

국내 은행 대출 연체율 추이. 금감원.

국내 은행 대출 연체율 추이. 금감원.

올해 들어 대출 연체율이 소폭 늘어난 데는 쌍용차의 법정관리 영향이 컸다. 쌍용차는 밀려드는 대출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21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쌍용차가 산업은행(1900억원), JP모건(400억원), 우리은행(250억원) 등 금융사에 연체한 대출금(원리금 기준)은 약 2553억원이다. 그 결과 1월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36%로 한 달 전(0.27%)보다 0.09%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0.05%포인트 오른 0.4%로 나타났다.

반면 1월 가계대출 연체율(0.21%)은 전달(0.2%)보다 0.01% 오르는 데 그쳤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14%)은 전월 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신용대출(0.37%)만 같은 기간 0.04% 상승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전반적으로 은행 대출 연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0.3%대 연체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된 지난해 1월(0.41%)보다 더 낮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째 0.4%를 넘지 않았다.

다만 이 수치에는 착시 효과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위해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을 유예하는 지원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최근 시장 금리가 오르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많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출 규모가 늘고 있어 앞으로 다중채무자가 돈을 못 갚는 위험(리스크)도 높다"며 "더욱이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어 은행권은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중심으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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