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부모님 치매 체크해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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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의심이 많아지고 시비를 잘 걸 때, 했던 말을 자꾸 또하고 중요한 기념일을 까맣게 잊어 버릴 때, 혹시 ‘나이 들더니 주책을 부린다’며 무심코 지나치진 않았을까. 지난 21일은 세계 치매의 날. 치매도 다른 병처럼 조기 발견하면 진행을 막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 초기 감별법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흔히 치매하면 뇌가 심하게 파괴돼 대화가 안 되고 식사나 몸단장 같은 자기 관리도 하지 못하는 말기 상태를 떠올린다. 하지만 치매도 병 초기엔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일은 잦지만 중요한 일은 모두 기억한다.또 설사 잊은 듯 하다가 약간만 힌트를 주면 금방 기억해 내며 정상적인 가정.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초기 환자는 병원에서조차 '그동안 별 일 없으셨느냐''병원에 오신 이유는 뭔가'등 상투적인 의사.환자 간 대화만으로는 발견이 어려울 정도"라고 들려준다.

대표적인 치매 증상은 ▷기억력 감퇴 ▷언어장애(하고 싶은 말을 즉시 못함) ▷시.공간 감각 저하 ▷판단력 장애 ▷계산을 잘 못함 ▷성격.감정의 변화 ▷의욕 감소(집안 일.취미생활 등) 등이다.

이 중 건망증이 가장 특징적이다. 이때 건망증은 사소하지만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 다르다. 특히 최근 일을 잊는다. 옛날 일은 잘 기억하는데 최근 일을 까맣게 잊어버릴 땐 중등도로 진행한 치매로 분류한다.

몇 번 왔던 장소나 길을 모를 때, 쉬운 계산도 자주 틀리거나 성격이 까다로워져 싸움을 잘 하고 의심이 많아지는 등 성격 변화가 왔을 때도 이미 초기는 지났다고 봐야 한다.

나 교수는 "치매환자의 조기 발견은 보호자의 몫"이라며 "치매 초기 증상<표 참조>이 나타날 땐 즉시 병원에서 신경심리(기억력)테스트.혈액 검사.뇌 MRI 촬영 등 정밀검사를 받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 치료 가능한 치매도 많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뿐 아니라 고혈압 환자에게 나타나는 혈관성 치매, 신경매독.뇌종양.뇌출혈.비타민 결핍증.갑상선 질환 등 원인이 다양하다. 이 중 혈관성 치매나 다른 질환에 의한 치매는 치료가 가능하다.하지만 치매는 '65세 이상의 노인질환'이란 생각 때문에 발견이 늦어져 치료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자상하고 매사 의욕적이었던 초등학교 교사 P씨(52.여). 언제부터인지 열쇠나 반찬거리 등을 어디 두었는지 몰라 찾는 일이 잦았고, 아이들 가르치는 일도 유난히 힘들어 했다.급기야 수업시간에 수학 문제를 잘 못 풀고, 학생들에게 했던 말을 반복하면서 문제가 제기돼 병원을 찾았다. 병원 방문 당시 P씨의 혈압은 180/110. 고혈압을 방치해 뇌혈관이 조금씩 손상된 결과 혈관성 치매가 생겼던 것이다. 다행히 고혈압 치료와 아스피린을 투여해 지금은 교사생활을 잘 하고 있다.

알츠하이머형도 조기 치료가 도움이 된다. 나 교수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어도 초기에 아세틸콜린이란 신경전달물질 농도를 높여주면 진행이 느려지면서 기억력 개선, 이상 행동 조절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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