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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땐 원자로 자동정지, 해안방벽 높여 쓰나미 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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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고리원전에 설치한 높이 10m, 길이 2.1㎞의 콘크리트 해안방벽.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전에 설치한 높이 10m, 길이 2.1㎞의 콘크리트 해안방벽.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오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원전) 사고 10주기를 앞두고 한국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 후쿠시마와 같은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한국의 원전은 안전하다는 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원자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10년, 한국은? #규모 7.4까지 버티게 구조 보강 #단전돼도 작동하는 수소제거기 #비상시 냉각기 돌릴 발전기 갖춰

9일 한수원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은 건설 당시부터 6.5~7.0의 강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를 했다. 원전이 세워진 곳도 일반 토사지반이 아닌 암반 위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전달되는 진동이 상대적으로 30~50% 정도 작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내진 성능 기준도 규모 7.0 이상으로 강화했다. 성능 개선이 필요한 일부 설비는 교체했고, 구조보강 지지대 등을 추가했다. 신고리 5~6호의 경우 규모 7.4까지 견딜 수 있다. 한국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지진은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5.8 규모의 지진이다.

무엇보다 이 기준을 초과하는 지진이 일어나도 원전을 보호해 방사능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을 감지하면 원자로가 자동으로 멈추는 지진 자동정지설비(ASTS)를 구축했다. 여기에 쓰나미나 전력차단, 수소 폭발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2·3중의 안전장치를 보강한 덕분이다. 사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은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에 의한 침수였다. 쓰나미 탓에 외부 전원이 끊겼는데, 비상 발전기마저 침수돼 원자로 냉각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쓰나미에 대비한 해안방벽과 방수문을 구축하고 단전에 대비해 이동형 발전차량을 배치했다. 고리 1·2호기의 경우 두께 15~50㎝, 높이 7.5~9m로 구축됐던 해안방벽을 두께 1.85m, 높이 10m, 총 길이 2.1㎞로 보강했다. 또 이를 넘는 해일에 대비해 대규모 배수펌프 시설과 방수문을 설치했다. 수소 폭발을 막기 위해 전원이 없어도 작동하는 수소 제거 장치도 갖췄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의 원전은 가혹한 지진·해일·태풍·전쟁·테러 등의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유지된다”며 “한국의 원전 기술력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규제를 통과해 기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원자로 내의 냉각수를 직접 끓여 발생한 수증기로 터빈을 운전하는 비등경수로(BWR) 방식을 쓰는 일본과 달리, 한국의 원전은 이를 분리한 가압경수로(PWR) 방식이라 기술적으로 안전성이 더 뛰어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한규 서울대 핵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원자로형, 즉 가압경수로형 원자로를 사용하는 원전에서 문제가 될 만한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가 난 전례가 없다”며 “설사 후쿠시마 지진 이상의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원전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일부 여당 의원은 수천만분의 1의 확률이라도 사고가 일어난다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에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우리는 10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치명적 위험에 항상적으로 노출돼 있다”며 “고작 30~40년을 사용하고, 10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야 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방안도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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