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학교 배포된 '촛불혁명' 책엔…"정치검찰""서울시장님 감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심의 거쳐야" 

세종시교육청이 최근 배포한 ‘촛불혁명’책을 놓고 이번엔 절차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시내 교사들이 “'학교에 책을 배포할 때는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촛불혁명'책에 나온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 사진.

'촛불혁명'책에 나온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 사진.

8일 세종시교육청과 세종시교원단체총연합회 등에 따르면 세종시 교육청은 최근 지역 99개 초·중·고교에 450쪽 분량의 ‘촛불혁명’이란 제목의 책을 나눠줬다. 학교별 관계자가 세종시교육청을 방문해 책을 가져갔다.

사회단체인 ‘나눔문화’ 관계자 등이 2017년 10월 펴낸 이 책은 촛불집회가 시작된 2016년 10월부터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까지의 시국 현장을 글과 사진으로 소개한 것이다. 세종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이 책을 도서관에 비치해 민주시민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보급 목적과 활용 방법을 전 교원에게 안내하라”고 전달했다.

'촛불혁명'책. 세종시교육청은 최근 이 책을 세종시내 99개 학교에 보급했다. 김방현 기자

'촛불혁명'책. 세종시교육청은 최근 이 책을 세종시내 99개 학교에 보급했다. 김방현 기자

이에 세종지역 교사들은 “도서 보급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도서관진흥법에 따르면 도서관에 비치된 자료의 수집·제작·개발 등과 관련된 예산의 책정이나 자료의 폐기·제적 등은 학교도서관운영회를 통해 결정하게 돼 있다.

교사들 "지침에 따라 비치해야" 

세종시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에 도서를 반입하려면 도서관운영위원회 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촛불혁명’ 책은 교육청에서 도서관에 비치하라고 사실상 지침을 내렸기 때문에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장은 “교육청의 공문 내용을 거부하긴 힘든 상황”이라며 “아직 판단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초등학생에게 정치적으로 편향된 내용이 담긴 책을 보급하는 게 옳은 일인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세종시교원단체 총연합회도 8일 성명을 내고 “‘촛불혁명’책은 민주시민교육의 바탕인 교육 공동체 구성원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된 느낌”이라고 밝혔다.

'촛불혁명'책에 등장하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광장을 지켜준 박원순 서울시장'이란 제목으로 서술했다.

'촛불혁명'책에 등장하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광장을 지켜준 박원순 서울시장'이란 제목으로 서술했다.

이에 대해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도서관운영회는 학교별로 자체 운영하는 기구”라며 “책을 보급했더라도 활용 여부는 일선 학교에서 알아서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책 내용이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보수정당 정유라 대통령 프로젝트"

한편 ‘촛불혁명’은 일선 학교에 배포된 후 적절성 논란을 빚어왔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이 책 45쪽에 적힌 ‘정유라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게 한 뒤 제2의 김연아로 정계에 진출시켜 보수정당의 차세대 대통령으로 집권시키려 한 프로젝트가 아니던가’라는 등의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국민희망교육연대·세종건강한교육학부모회 등은 “특정 정파의 이념적 시각이 담겨 논란이 되는 책을 학생에게 배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그 많은 죄를 저지르고 죗값을 받지 않고 훨씬 더 강력해진 불패의 존재, 바로 재벌 삼성과 정치 검찰이다’(272쪽), ‘우렁각시 같은 서울시 직원과 시장님께 감사를!’이라며 촛불집회 장소 사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박 시장을 극찬한 뒤 ‘우리 앞으로도 서울시장만큼은 꼭 제대로 뽑자’(204쪽)는 내용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촛불혁명'책 45쪽. '정유라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등의 내용이 나온다. 김방현 기자

'촛불혁명'책 45쪽. '정유라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등의 내용이 나온다. 김방현 기자

이에 대해 세종환경운동연합,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민주노총 세종지부, 전교조 세종지부 등은 “촛불혁명정신을 부정하는 무의미한 정치 공세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