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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에 “예쁘다” “만나자” 수십차례 전화…30대 스토커 집행유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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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사람. 뉴스1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사람. 뉴스1

처음 만난 10대 학생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수십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내 교제를 요구한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A씨(36)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의 한 버스정류장 앞에서 고교생인 B양(17)에게 다가가 휴대전화를 빌린 뒤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B양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이후 A씨는 수차례 전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친하게 지내고 싶다”, “귀엽다”, “예쁘다”, “나도 학생이다” 등의 말을 남기면서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와 B양 사이 통화는 2차례 이뤄졌지만 A씨는 총 20~30회에 걸쳐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B양이 전화번호 수신을 차단하자 A씨는 발신번호표시제한 기능을 이용해 전화하기도 했다.

B양은 계속되는 A씨의 전화를 계속 피하다가 ‘불편하다. 연락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 남자친구도 불편해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A씨는 굴하지 않고 “친구로 지내자. 이번 주 일요일에 2대 2로 놀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B양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연락을 멈췄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피해자가 교제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생각해 연락했고,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아 확인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전화하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한 후부터는 더 이상 연락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최초 통화에서 교제에 동의하지 않았고 이후 피고인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를 명확히 알고도 계속 연락을 시도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30대 중반의 남성인 피고인이 처음 만난 여학생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수차례 전화하고 메시지를 전송하며 상대방의 외모를 언급하거나 교제를 요구한 행위는 피해자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조성하기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같은 방법으로 범죄를 저질러 여러 번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범행을 반복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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