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웰빙] 과일아, 과일아 어떤 게 정말 맛있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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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귀 과일가게에 아이보리색과 핑크빛의 백도.황도가 가득 쌓여 있다. 보기만 해도 속살의 부드러움이 입 안 가득 넘쳐난다. 간신히 유혹을 벗어나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더니 이번엔 검붉은 포도를 잔뜩 실은 트럭이 기다리고 있다. 고개를 돌려 애써 외면해도 톡톡 터지는 포도 알갱이의 상큼한 맛과 향이 계속 떠오른다. 결국 이놈 저놈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앞뒤로 돌려 보기도 하고, 코끝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한다. 맛있는 걸 고르겠다고 한참 애써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서울 강남 일대에 10개 점포를 운영 중인 '총각네'과일.야채가게의 이영석 대표는 "좋은 과일은 제철 과일에서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좋은 과일을 골랐더라도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제맛을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 대표가 요즘 한창 맛이 든 복숭아.포도 등 제철 과일과 4계절 내내 친근한 열대 과일을 선택해 '좋은 것을 골라 맛있게 먹는 법'을 소개했다.

◇ 머스크메론

머스크 메론은 이맘때부터 가을이 적기입니다. 낮에는 뜨거운 햇빛을 보고 새벽엔 기온이 떨어져 열을 빼앗겼다가 하면서 메론도 쇠를 담금질하는 것처럼 과육이 단단해지면서 맛이 깊어집니다. 머스크 메론은 겉 표면의 하얀색 선이 촘촘하고 짙은 것이 상품(上品)입니다. 선이 꼭지 윗부분까지 올라간 것이 단 맛이 강합니다. 엉덩이 부분(꼭지의 반대쪽)을 눌러보아 살짝 들어가는 것을 고르도록 합니다. 머스크 메론은 복숭아처럼 상온에서 단맛이 강해지므로 밖에 두었다가 먹기 서너 시간 전에 냉장고에 넣는 게 맛있게 먹는 요령입니다.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 머스크 메론이 겉은 멀쩡한데 속이 엉망인 경우가 가끔 발생합니다. 이런 것은 판매 상인들도 잘라보기 전에는 전혀 알 수 없답니다. 혹시 그런 것을 구입하셨다면 '당했구나'하고 속단하지 마시고 판매한 사람에게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세요.

◇ 토마토

우선 속이 꽉 차야 하므로 단단한지 만져보고 고릅니다. 그리고 꼭지가 달린 부분이 굴곡 없이 매끈한 게 좋습니다. 중간 크기에 푸른빛이 살짝 도는 게 싱싱합니다. 방울토마토는 꼭지가 있건 말건 대충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꼭지가 꼭 달려 있어야 합니다. 꼭지가 안으로 똘똘 뭉쳐 있으면 딴 지 오래된 것입니다. 가급적 꼭지가 쭉쭉 뻗친 것을 찾아야 합니다. 방울토마토의 알이 너무 굵으면 맛이 떨어지므로 중간 크기를 고릅니다.

◇ 사과(아오리)

표면이 거친 것이 좋습니다. 표면이 너무 깨끗한 사과를 우리 상인들은 '꽃미남'이라고 표현하는데 맛은 많이 떨어집니다. 뾰족한 모양보다는 납작한 것을, 그리고 손바닥에 때렸을 때 탄력이 느껴지는 게 신선합니다. 사과는 오래 두면 푸석푸석해지므로 가능하면 빨리 먹는 게 좋습니다.

◇ 포도

일단 포도는 겉에 묻어 있는 하얀 분이 많은 것이 달고 맛있습니다. 흔히 이것을 농약이라고 생각하는데, 농약이 아니라 포도의 당분입니다. 씻어서 보관하면 겉에 묻은 하얀 분이 없어지면서 맛이 떨어지므로 씻지 않고 보관합니다. 복숭아는 며칠 두었다가 먹으면 더 맛있지만 포도는 싱싱할 때 바로 먹는 것이 제일입니다. 과일 가게에 가면 맛보라고 하며 포도의 윗부분 송이를 따서 주는데 아래 송이보다 달기 때문입니다. 맛을 보고 고르려면 아래쪽 송이로 맛보는 게 낫습니다. 꼭지와 속줄기가 싱싱하고 포도 알이 터지지 않은 것으로 고릅니다. 알이 촘촘하면 상품성은 뛰어나지만 촘촘하지 않은 것과 맛 차이는 별로 없습니다. 우리들이 가장 많이 먹는 캠벨 품종은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가 좋습니다. 거봉도 알에 하얀 분이 묻어 있고 크기가 일정하며 탄력 있는 것이 실한 것입니다.

◇ 복숭아

백도.황도.천도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어떤 것이든 알이 굵은 게 맛이 좋습니다. 값이 싸다고 작은 것 여러 개를 사서 먹느니 하나를 먹더라도 큰 게 실속 있다는 얘기지요. 그리고 꼭지점(꼭지가 달린 반대쪽)이 쏙 들어가 있고, 뾰족한 모양보다는 둥글납작한 것이 맛있습니다. 복숭아는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실온에서 말랑말랑하고 속이 비칠 정도로 숙성을 시킨 다음 냉장고에 서너 시간 넣어 두었다가 먹는 게 맛이 제일 좋습니다. 복숭아 껍질에는 해독 작용을 돕는 성분이 있다고 하니 깨끗하게 씻어서 껍질째 먹는 것도 방법입니다.

◇ 키위

키위도 바나나와 마찬가지로 숙성 과일입니다. 상온에 두었다가 만져서 물렁해지면 냉장보관합니다. 숙성한 키위를 냉동시켰다가 아침에 커피 스푼으로 떠먹으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답니다. 특히 전날 과음한 경우엔 숙취 해소로도 좋습니다.

◇ 바나나

바나나는 숙성에 따라 맛이 차이가 납니다. 싱싱한 바나나를 사서 상온에서 바나나 껍질에 검은 반점이 생길 때까지 놔둡니다. 바나나를 들어 꼭지가 부러질 정도로 되면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먹습니다. 그때가 가장 숙성이 잘 된 시기입니다.

◇ 귤

한 여름에 무슨 귤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요즘은 하우스 재배가 발달해 시중에 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귤은 만졌을 때 땡땡한 것보다는 약간 부드러운 귤이 더 맛이 있습니다. 가능하면 작은 것을 골라 먹는 게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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