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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이어 SH 의혹?…경실련,“마곡 분양원가 자료 은폐” 주장

중앙일보

입력

4일, 경실련이 마곡지구 분양원가 은폐 의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실련 유투브 캡처

4일, 경실련이 마곡지구 분양원가 은폐 의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실련 유투브 캡처

"국민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당연히 공개돼야 하는 자료인데, 서민들 주거 안정을 위해 설립된 공기업인 SH 공사는 자료가 없다고 재판부에 위증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4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 마곡 분양원가 자료 은폐 의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경실련 측은 "SH가 분실했다던 마곡 분양원가 자료가 지난달 국회 의원실에 제출됐다"며 "분양가를 부풀려 부당이득 등을 감추기 위해 고의로 원가 자료를 숨기고 거짓 진술로 재판부와 시민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서울시와 SH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에 주택 공기업은 크게 SH와 LH로 나뉘는데 이 두 공기업이 부동산 정책과 집행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참여연대 등에 의해 제기된 상태다.

"자료 분실"…두 달 뒤 의원실 공개

지난해 12월 22일, SH는 '마곡 15단지 설계내역서를 사무실 이전 과정에서 분실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서증을 제출했다. 경실련 제공

지난해 12월 22일, SH는 '마곡 15단지 설계내역서를 사무실 이전 과정에서 분실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서증을 제출했다. 경실련 제공

경실련에 따르면 분양 원가공개 공방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7년 경실련은 SH에 서울시 상암, 장지, 발산 등 단지 원가 세부내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거부당했다. 법원 판결로 정보 공개 판결이 내려졌다. 2016년 이후 분양가 부풀리기가 있다고 본 경실련은 2019년 4월 서울시 마곡, 세곡 등의 원가 세부 내용에 대한 정보 공개를 다시 청구했다가 SH로부터 거부당했다.

다시 이어진 소송전에서 경실련은 일부 승소를 거뒀지만, 지난해 12월 SH는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부에 '마곡 15단지 설계내역서를 사무실 이전 과정에서 분실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서증을 제출했다. SH는 이어 청구취지를 변경해 기제출한 자료만 정보 공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달 15일 SH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마곡지구 15단지 설계내역서를 포함한 원가 자료를 제출했다는 게 경실련 측의 주장이다.

하태경 "건축비 폭등 수상"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관련 자료를 들고 나와 "오세훈 서울시장 때보다 박원순 서울시장 때 건축비가 약 80~90% 올랐다"며 "건축비는 물가 인상비 정도로 오르는데 이렇게 폭등한 게 수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LH 비리처럼 어떤 건축업자들과 결탁 비리가 없었다면 끝까지 이 자료를 숨기려고 법적 위증을 했겠는가 강한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당시 발산 4단지 분양가(2007년 공개)는 평당 598만원이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당시 마곡 15단지(2013년 공개)는 평당 1218만원이다. 지난해 2월 마곡 9단지 평당 분양가는 2001만원이다. 건축비는 발산 4단지 366만원, 마곡 15단지는 568만원, 마곡 9단지 849만원으로 증가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원순 전 시장은 정보공개청구 운동으로 시민운동을 시작했고 정보공개법을 만든 사람인데, 분양원가가 공개 안 되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SH 사장을 할 때부터 현재까지 SH가 분양한 아파트가 1만 2000가구다. 가구당 2억씩, 약 2조 5천억 정도의 부당한 이득을 챙긴 셈"이라고 주장했다.

SH "2심에 관련 자료 찾아 제출 완료"

SH는 이날 반박 자료를 통해 "1심 재판부의 자료 제출 요청에 대해 해당 자료가 사업부서별로 산재해 있어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절대 고의로 문서를 미제출한 것이 아니며 2심에 관련 자료를 찾아 제출 완료했다"고 밝혔다. 또 "재판이 종결되면 그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진행 중인 소송에 있어 소송 당사자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경실련을 비판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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